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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웃, 303호 할머니가 들려준 놀라운 말
2025-08-09 17:33:28
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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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운 이웃이 생겼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달 넘게 퇴근 후 어머니 집으로 가다 보니 어머니의 이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열 가구가 사는 작은 공동 주택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어머니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상히 말해 주신다. 어머니는 관리비 및 일체의 회계 일을 도맡아 하신다.

열 가구 중 택배 일을 하는 젊은 청년과 혼자 사는 위층 아가씨를 제외하면 나머지 여덟 집은 다 70~80대의 혼자 사는 할머니이다. 연로하여 집에서 쉴 만도 한데 다들 일을 하신다. 303호에 사는 할머니는 여든이 다 되어서도 빌딩 계단 청소 일을 하신다. 새벽에 나가서 이른 오후에 들어오는데 얼마 전 위층 아가씨에게 "202호 아주머니(우리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 자주 우는 소리가 들리던데"라 물었나 보다.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한숨을 쉬면서 남편을 잃었으니 얼마나 상심이 크겠냐며 "거기에 비하면 나는 명함도 못 내밀겠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다. 무슨 일 있냐고 묻자 두어 달 전에 둘째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나는 너무나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자식을 잃은 비통함을 그 어디에 견줄 수 있을까 싶어서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엄마와 303호 할머니는 어쩌다 마주쳐도 목례만 가볍게 하고 지나들 가신다. 예전에는 길에서 만나면 안부 인사도 하고 근황도 물었는데 이제는 눈이 마주쳐도 눈길을 피하며 조용히 지나치게 된다고 한다. 섣불리 위로할 수도 없고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만이 진정한 공감을 하고 슬픔을 공유할 수 있기에 동병상련이란 말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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