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형, 평범한 일상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2025-08-11 13:36:36
김은상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형, 난 잘 지내고 있어. 늘 형이 걱정해 주는 시골살이, 잘하고 있다고 이렇게 소식을 전하네.

한동안 폭염이 윽박지르고 난 뒤라 한밤에 선선한 바람이 달갑네. 실려 오는 풀벌레 소리가 간지러운 지금은 고독의 시간이야. 어느 집 마당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금세 온 마을에 번져나가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크게 들어도 마당을 벗어나지 않는 신비의 세계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세사르 바예호(César Vallejo)의 시집도 펼치게 됐고.

그러다가 모든 소리가 딱 끊어지는 새벽이 와. 나는 까맣게 물든 채 끝없는 어둠의 밑바닥으로 서서히 잠기게 되는데, 숨을 쉴 수 있는 게 신기할 정도야. 그리곤 여명 속에 사물이 희끄무레 제 모습을 드러내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마중하지. 덥든 춥든 세상이 서서히 밝아오는 이 시간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때론 놓치지 않으려 잠을 쫓아낼 때도 있어.

이윽고 산을 넘어온 밝은 햇살이 '쏴아'하고 마당으로 쏟아지면 세상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아침인 거야. 어딘가 숨어있거나 갇혀있던 구름도 벅찬 모양으로 풀려나지. 높게 자란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구름도 좋지만, 역시 가림막 없는 하늘에 거침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구름을 보았을 때, '아, 여기가 시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쫓아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야.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