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엑시트' 이상근 감독 "차기작까지 6년 걸린 이유는..."
2025-08-11 13:52:35
장혜령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2019년 <엑시트>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상근 감독이 두 번째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로 6년 만의 극장 개봉영화를 선보인다. <기생충>으로 한국 문화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고 극장으로 관객을 불러 모으던 마지막 순간이다. 되돌아보면 몇 개월 뒤 벌어질 일은 한 치 앞도 모른 채 즐겼다.

그리고 6년 뒤, 관객 수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극장 사정을 뚫고 이상근 감독이 돌아왔다. 팬데믹이 야속할 만도 한데 오히려 시간을 벌었다며 성찰의 시간으로 쓴 듯 보였다. 공개를 앞두고 있는 시기, 흥분보다는 진지함으로 벌어질 일을 낙관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엑시트>의 주역 조정석이 앞서 <좀비딸>로 예열해 둔 흥행 열차에 탑승을 앞둔 이상근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지난 8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이상근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다.

차기작 6년이나 걸린 이유

-2019년 <엑시트>가 940만 관객을 동원했다. 차기작이 6년이나 걸린 이유와, 2022년에 촬영해 3년만에 선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일단 제가 느린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엑시트>의 결과도 좋았으니까 다음 작품을 빨리 선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몇 개월 후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게 멈춰버렸다. 한국 영화 호황을 입은 마지막 수혜자로서 할 말도 없는 거다. 그 시기에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여러 제약이 있었다. 해외 촬영도 어렵지, 영화를 만들고도 극장 상황이 좋지 못해 개봉일도 몰라 불안했다. 그래서 오히려 단단해지는 시간을 갖자고 생각했다. 상황에 맞게 변주하는 게 사람의 일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늦더라도 멋지게 등장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기다렸다. 짧은 시간 내에 다작을 내놓기보다, 좀 더 다져진 상태에서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22년 촬영 후 오랜 시간 편집과 후반작업을 거쳤다. 어떻게 보면 다 필연이고 인연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4년 한 달 만에 쓴 고초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원작 영상화가 잦은 상황에서 귀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다.
"2014년에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의 한계를 느끼고 독하게 마음먹고 쓴 시나리오다. 사람이 낭떠러지에 다다르고 절박해지면 하늘도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감춰진 필살기나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이 시나리오도 데뷔하겠다는 마음이 컸다. (웃음) 부모님은 밤마다 자는 절 깨워서 '어떻게 할 거냐' 물으시면서 이때까지 못 쓰면 '관둬라'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결국 그때 시한이 정해지면서 여러 압박감에 스터디 카페 구석에서 볶음밥 시켜 먹으면서 한 달 만에 열심히 썼던 거다. 물론 제작은 되지 못했지만 나도 한 달 만에 뭔가 쓸 수 있구나를 깨달았고, 이후 작업하는데 많은 훈련이 되었다.

감독 지망생 시절 그러니까 한 10년 정도 혼자 카페로 출퇴근하는 과정이 떠오른다. 이 정도 되면 가족이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타박이 커진다. 주변에서 계속 잘 되는 친구들의 소식으로 초조함도 생긴다. 사실 날이 서 있을 때는 주변의 위로가 비난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었다. 지나고 보니 자신을 가장 사랑해 줘야 하는 사람은 나인데 너무 학대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 옛날에는 그래도 괜찮았잖아' 같은 자기최면을 걸면서 자신을 믿어보자 생각했다."

- <엑시트>보다 먼저 쓴 시나리오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초고 <2시의 데이트>(가제)와 지금 영화와는 전혀 다른건가.
"이후 모든 게 잘 안돼서 전투적으로 쓴 게 <엑시트>였다. 제작사와 함께 잘 만들어서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후 팬데믹이 찾아왔고 잠시 멈추게 되면서 시나리오 폴더 리스트를 들여다봤다. 제목이 숫자로 시작하다 보니 맨 위에 있던 <2시의 데이트>가 계속 눈에 밟혔던 거다. 다시 열어서 읽어보니 예전 기억과 많이 달랐고, <엑시트>를 해보니까 제작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좀 알겠더라. 수정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이 보여서 설정도 바꾸고 이야기도 틀어서 완전히 다시 쓴 구 데뷔작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 장수(성동일) 캐릭터도 아빠가 아니라 엄마였다. 밤선지의 설정도 없었는데 어쩌면 묵힌 시나리오의 한을 풀어준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윤아와 믿음의 재회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