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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다 마음이 더 긁힌 날
2025-08-09 17:05:39
유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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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건강검진 날. 40대 중반, 위암 검진 대상자인지라 수면 내시경도 받는다.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해 검사 끝날 시간에 맞춰 차를 몰고 병원에 왔다. 여기에 차를 몰고 오는 건 처음이다. 병원은 오래된 상가 오피스텔에 있었다. 주차장은 지하. 요즘 지어진 건물들에 비하면 주차 자리가 많지 않다. 그나마도 빈자리가 없었다.

지하 맨 아래층까지 내려갔다 올라왔다를 반복하기를 여러 번. 간신히 주차 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주차 구획도 무척 작다. 내 차는 그리 크지 않은 소형 SUV임에도 오락가락을 꽤 여러 번 했다. 운전대를 잡은 지 10년이 넘었고 무사고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의 주차는 여전히 긴장된다. 간신히 주차를 마치고 병원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니 아내가 나왔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아내는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인다. 확실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검사 결과는 며칠 기다려야 하는데, 일단 위내시경 상으로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했단다. 다행히 경미한 수준이라 특별히 약은 먹지 않아도 된다.

아내를 잘 부축해 지하 주차장에 내려왔다. 인정사정없는 열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차가 있는 곳까지 고작 몇 발짝 걷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차에 타자마자 에어컨을 파워 냉방으로 틀었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와 나가려는 차들이 뒤엉켜 바로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올라가는데 계속 차들이 내려온다. 이리저리 피하고 잠시 멈춰 기다리기도 하면서 잔뜩 긴장하며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나아갔다. 마의 구간인 커브도 무사히 통과. 저 멀리 건물 밖으로 하늘이 보인다. 이제 쭉 직진으로 올라가 차단기만 통과하면 된다. 그런데 조수석 쪽에서 들려온 긁히는 소리.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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