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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니 이런 일도...노동부장관이 보낸 5만원, 놀랍네요
2025-08-05 12:02:31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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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장관 때문에 망하게 생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사건은 지난 7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그룹 소속 삼립 시흥공장을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대통령은 SPC그룹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예방을 위한 비용과 사고가 났을 때의 대가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돈 때문에,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라면 그건 정말로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TV 뉴스로 보면서 무릎을 쳤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제가 느낀 것과 완전히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는 사고가 났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예방 비용보다 훨씬 높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 예방에 투자하고, 노동자 교육과 화재·사고 대비 가상훈련까지 합니다.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안전사고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었고, 이는 통계로도 증명됩니다.

싱가포르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1.2명(2024년 기준 직전 3년 평균)으로, 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로 적습니다. 한국은 4.2명으로 싱가포르의 4배에 육박하죠. 특히 주목할 점은 20년 전인 2005년만 해도 싱가포르의 사망자 수는 4.9명으로 지금의 한국보다 더 높았다는 사실입니다. 싱가포르가 20년간 사망자 수를 3.7명이나 줄이는 동안, 한국은 5.1명에서 4.2명으로 한 명도 줄이지 못했습니다.

이런 싱가포르 사례를 소개하고 싶어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말 내내 기사를 준비해서 송고했고, 28일 오후에 기사가 출고됐습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어떻게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는지 정리했고, 한국 정부가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고하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기사에서 제가 강조했던 내용은 이렇습니다.

· 싱가포르는 WSH2028(산업 안전보건 2028) 캠페인을 통해 산업재해 사망률을 크게 낮췄습니다.
· WSH2028의 핵심은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노동자 참여를 확대하며, 기업의 안전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 특정 기업이 산업재해로 인해 벌점이 쌓이면 일정 기간 노동자를 채용할 수 없게 됩니다.
· 안전사고가 발생한 회사는 '요주의 리스트'에 올라 관급 공사 수주가 제한되고 민간 공사 입찰에서도 불이익을 받습니다.


국무회의에 소개된 <오마이뉴스> 기사

기사는 <오마이뉴스> 대문에 걸렸고, 포털에도 노출되어 많은 독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산업재해 관련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이 기사를 읽고 조금이라도 참고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바로 다음 날,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미리 배포한 자료에는 없는 내용이라면서 싱가포르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싱가포르도 2005년 당시만 하더라도 저희들과 같은 상당히 높은 산업재해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함께 실질적 책임자에 대한 처벌 더하기 실질적인 제재, 예를 들자면(기업이) 벌점을 많이 받았을 땐 이주노동자 취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싱가포르는) 전 세계적인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사례 적극 참조해서 제도 개선에 나서겠습니다."

이 발언을 듣는 순간 김영훈 장관이 제 기사를 봤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 기사에서 강조한 내용과 일치하기도 했고, 기사를 쓴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라는 게 있습니다. 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로 살면서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는 저의 기사를 읽고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페이스북에 바로 알렸습니다. 그 글의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문장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어제 나온 내 기사 내용과 거의 동일했어. 이렇게 노동부 장관이 내 기사를 읽고 바로 정책에 반영하는 걸 경험하면 시민기자 입장에서 기사 쓸 맛이 나는 거지. 그런데 노동부 장관이 모르는 게 하나 있어. 오마이뉴스의 모든 기사는 누구나 무료로 읽을 수 있지만, 특정 기사가 맘에 들면 자발적으로 독자 원고료를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거든. 개인적으로 기사 하나로 수십만 원의 독자 원고료를 받은 적도 있어. 김영훈 장관님, 기사가 맘에 들고 또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셨다면 자발적으로 독자 원고료를…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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