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오후 5시 38분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 면직안을 재가했다. 임기는 당일 자정까지였다. 다들 이제 조국 사태는 일단락되었고, 셈을 치를 차례라고 생각했다. 기준은 조국 사모펀드 가설과 권력형 비리 가설이었다. 윤석열이 법무부 장관 지명자를 수사하게 된 결정적 이유, 임명권자에게 사표 운운하는 행태를 보인 본질적 이유가 이 두 가지 가설이었으니 허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 아니겠는가?
11월 11일 검찰이 정경심을 기소하면서 내놓은 결과는 처참했다고 생각한다. 사모펀드의 주인이 조국이라는 점은 고사하고 조국이 사모펀드에 관여했다는 점은 단 한 가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심지어 사모펀드에 관한 정경심의 관여 역시 사모펀드의 실질적 운영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2020. 6. 30.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형사부는 조범동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이 사건이 권력형비리가 아니며 조국 또는 조국 가족이 문제의 사모펀드 소유자나 운영자가 아님을 확인했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역시 동일하게 판단했다.)
이제 윤석열과 그 수족들이 손모가지를 내놓을 차례였다. 조국 사모펀드 가설로 대통령에게 사표를 입에 담았으니, 뱉은 말에 대하여 책임을 부인할 도리가 없다고 보았다.
윤석열의 프레임 전환과 대호 프로젝트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게 굴러가지 않았다. 확실히 수사는 생물이었다. 상황도 여론도 조국 수사 시작 때와 완전히 바뀌었다. 더구나 윤석열은 가증스럽고 질 낮은 자였다.(이 글을 쓰는 사이 윤석열이 서울구치소에서 특검의 체포영장집행을 거부한다면서 수용실 안에서 속옷만 입고 누워 영장집행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직 대통령의 체신은 고사하고, 시정잡배만도 못한 행동을 보이는 그가 심히 부끄럽다.)
윤석열은 프레임을 전환했다.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 프레임이었다. '살권수'라는 명명은 2020년 하반기에 나온 말이지만 그 원형은 2019년 하반기쯤 윤석열의 머릿속에 생겼다고 본다. 윤석열과 영혼의 친구였던 '친검' 기자들은 허구적인 조국 사모펀드 가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정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윤석열보다 앞서서 살권수 프레임을 만들고 전파했다.
2019년 12월 6일 당시 경향신문에 재직 중이던 유희곤은 <[단독]윤석열 "충심 그대로…정부 성공 위해 악역"> 제하의 기사를 통해 살권수 프레임을 임명권자에 대한 충성으로 교묘히 은폐·분식(扮飾)해 주었다. '친검'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보도였다.(유희곤은 지금은 조선일보에 재직 중이다.)
나는 윤석열이 살권수 프레임을 운운할때부터 최소한 미필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목표가 생겼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 살권수 프레임은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 올리는 선명한 구호가 되었다. 2019년 9월 25일 발간된 월간지 신동아는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즉 '대호(大虎)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고 썼다.('대호 프로젝트' 차원에서 부인 김건희가 여기저기 점을 보고 다닌다는 얘기를 나도 여러 번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