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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영어학원도 걱정하는 문해력, 방학 특강 대신 찾은 방법
2025-08-02 19:41:42
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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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특강, 재원생과 재원생의 동생까지 선착순 150명 모집합니다."

뭐길래 동생까지 무료특강을 해준대? 하는 궁금증을 일으킨 문자는 다름 아닌 영어학원 문자였다. 그것도 우리 지역에서 웬만한 아이들은 모두 한 번씩 거쳐가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대형 학원. '요이땅'과 동시에 수강신청이 끝나버린다는 곳이다.

특별히 더 홍보가 필요하지 않은 학원에서 무슨 무료 특강씩이나 할까, 싶어 열어본 문자에는 원장선생님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책을 읽지 않아 배경 지식이 없는 아이들에게 독해보다 배경지식 쌓기가 우선인 거 같아 문해력 수업을 특강으로 개설했다는 것이었다. 커리큘럼을 대충 훑어보니 서양 철학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낭독 권한 이유


학원을 다니는 아이도 종종 여기가 영어학원인지 국어학원인지 모를 정도로 지문 내용에 관한 수업이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마도 그 연장선이었나 보다. 영어 지문에 많이 나오는 필수 비문학 내용들을 요약해서 알려주겠다는 것. 이렇게라도 배경지식을 좀 쌓으라는 권유. 이번만 무료라니 시간만 괜찮다면 신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특강 문자 한 통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문해력 문제와 배경지식 부족, 이 모든 게 결국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현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하긴 아날로그 세대인 나조차도 요즘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지는데 아장아장 걷던 시기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커온 아이들의 집중력은 말해 뭐 할까. 긴 글을 집중해서 읽기보다 짧은 글을 슥 읽고 빠르게 넘기는 습관이 일상이 된 지금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에게 낭독을 한번 시켜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째로 한 권 읽지 않더라도, 글자를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는 경험만으로도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천천히 읽고, 음미하고, 들어야 하는 방식이 지금 시대 아이들의 얇아진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좋은 훈련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천천히 책을 읽어보는 게 수백 장의 자료를 휘리릭 읽히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낭독은 정말로 글자를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낭독가들의 음성을 듣다 보면 그들이 곧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책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된다.

어쩌면 낭독으로 책을 한 권 읽는다는 것은 빠른 속도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일일 것이다. 독서의 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쓸데없는 작업일 수도 있겠지만, 낭독으로 책을 한번 읽어보면 느리게 읽기가 왜 중요한지 새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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