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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 트럼프도 꼼짝 못한 한국 민주주의의 힘
2025-08-04 17:33:50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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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다음날인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들려준 뉴스 해설이 제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한국 협상단이 미국산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를 막기 위해 노력한 뒷이야기를 언급하며 '여기에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시사점이 있다'고 했는데, 꽤나 설득력 있는 해석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 민심이 농축산물 개방에 민감하다는 점을 알리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검역조건 완화 반대 시위(일명 '광우병 촛불집회') 사진을 협상 과정에서 제시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미국 측도 최근 한국 농축산물 업계에서 반발하는 상황을 모니터링했고, 이런 부분이 종합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두고 김 평론가는 "쌀과 소고기 개방 문제가 통상 문제를 넘어 한국의 정치·사회 문제임을 강조했다는 것인데, 여기서 뽑아낼 포인트가 있다"고 짚으며 다음과 같이 진단했습니다.

"국내 농축산물 업계 반발 상황을 미국이 모니터링했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단지 우리의 주장을 넘어서 미국이 우려하고 경계하는 문제이기도 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동맹관계라 해도 그 관계에 선한 의지만 작용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미국의 통상 압력으로 확인했다면, 아무리 이익 우선주의를 앞세운다 하더라도 그것이 초래할 파멸적 상황은 경계하는 법이라는 걸 미국의 모니터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농민단체의 (농축산물 개방) 반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한미대사관 앞으로 가서 기자회견 한 것이 적절한 행동이었다는 평가도 가능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어느 정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대한민국 '주권자들'이 트럼프에 보낸 경고


라디오를 듣던 중 최근 편집기자로서 검토한 몇몇 기사들이 떠올랐습니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시장 개방을 가능성이 거론된 7월 중순, 전국의 농민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논밭에서 여름 농사가 한창일 시기에 일손을 멈추고 '미국의 경제수탈 절대 반대', '농축산물 개방 결사반대!' 등의 피켓을 들었고, <오마이뉴스> 지역 곳곳의 상근기자와 시민기자들은 이를 사진과 글로 부지런히 기록해 보내왔습니다.

저는 정치·사회·경제·전국·국제 분야의 기사를 편집하고 기획하는 부서에서 근무합니다. 눈 뜨면 상황이 달라지는 경성 뉴스의 특성상 시의성이 생명이므로, 빠르고 정확한 검토가 중요합니다. 매일 쉬지 않고 새로운 기사가 들어오고, 한 번에 네다섯 건이 동시에 송고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와 동료 에디터들은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목적에 사로잡혀 뉴스의 가치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농축산물 개방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농민들이 절박하게 낸 목소리 역시 그러했습니다. 지역 작은 동네의 소식일지라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가 볼 수 있을까 궁리하며 편집했습니다.

[관련기사]
"미국산 사과 검역 완화·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반대" https://omn.kr/2eph3
미국산 고기·과일 다 수입하는데 무슨 문제? 아직 지킬 게 남아 있다 https://omn.kr/2ed7k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기사를 보면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전남 신안에서 쌀을 키우고 시골인 경남 거창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1인시위와 군청 앞 집회 현장이 과연 국가 간 무역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상 먹거리 문제보다는 수출 주력 분야인 자동차·배터리·반도체 등이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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