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명당을 찾아 전국 일주를 하며 로또 100장을 구매한 유튜버가 1등에 당첨됐다는 영상을 본 남편의 반응이었다. 물론 영상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유튜버가 아내를 놀라게 하려고 가짜 로또 어플로 몰래 카메라를 한 것이었다. 덕분에 잠시 '어쩌면 우리도?'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실제로 그런 여행을 해보면 어떨지 고민도 해보았다. 우리 부부에게 이제 여름휴가 여행은 영 낯선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50세 전후의 우리 부부에게 이번 여름휴가 계획은, 없다. 사실 여름휴가를 맞아 여행을 간다는 개념이 사라진 것은 벌써 몇 년 됐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족의 생애 주기상 자연스럽게 그런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가족 생애주기에 따라 변하는 여행
자녀들의 고등학교 입학과 입시 준비는 가족에게 물질적,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송두리째 빼앗는 시기다. 여름휴가는 고사하고 가까운 근교로 바람 쐬러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마지막 가족 여행이 큰아들의 입시가 끝났던 2020년 1월이었으니, 말 다했다.
큰아들의 입시가 끝나고 뒤이어 작은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작은 아들의 입시가 끝날 즈음 큰아들이 입대했고 큰아들이 제대하자 작은 아들이 입대했고 현재 군 복무 중이다. 작은 아들이 휴가를 나오더라도 네 식구가 모여 밥 한끼 먹는 일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니 가족생활주기에 따라 가족의 여행 양태도 변해왔다.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틈만 나면 길을 나섰다. 주말마다 근교로 나갔고 철마다 숙박 여행을 떠났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집에서 있는 것보다는 어디든 나가는 것이 서로의 정신 건강에 이로웠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갔다. 주로 물놀이 위주의 동남아 휴양지였다. 맛있는 음식과 물놀이만 있으면 아이들은 대만족이었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여유를 갖는 것은 부부에게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