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브래드 피트의 F1 도전... 자본주의와 낭만 사이에서 질주했다
2025-06-29 16:36:01
원종빈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때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끔찍한 사고로 F1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은퇴해야만 했던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그 후 30년이 지나도록 온갖 레이싱 대회를 섭렵하며 트랙을 떠나지 않았던 소니를 그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이 찾아온다. 신생 F1팀이자 최하위 팀인 APXGP의 구단주인 루벤은 소니에게 그가 이루지 못한 꿈, F1 드라이버 자리를 제안한다.

F1에 복귀한 소니에게는 남은 9번의 그랑프리에서 한 번은 우승해야 한다는 임무 주어진다. 그러지 못하면 루벤은 팀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 소니는 어떻게든 팀의 전력을 끌어올려서 승리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천재적인 신이자 팀 동료인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와 거듭 갈등을 빚는다. 타 팀으로 이적할 생각으로 가득한 그는 소니의 전략에 협조하지 않고, 그렇게 루벤과 소니의 도박은 실패할 위기에 처한다.


돈과 낭만 사이에서

최근 OTT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스포츠 중계권 경쟁전이 치열하다. OTT 입장에서는 중간 광고를 도입하고, 고정 시청자층의 이탈 우려도 적으며, 매년 안정적으로 수급할 콘텐츠 중 스포츠만큼 적절한 대상이 없기 때문. 스포츠 입장에서도 게임을 비롯한 경쟁자에 맞서서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기에는 OTT만큼 확장력과 접근성이 좋은 수단이 없다. 이에 여러 스포츠 종목 중계권이 케이블 방송사로부터 OTT로 속속 넘어가고 있다.

다만 스포츠와 OTT의 밀월은 스포츠만의 가치를 위협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4,785. That's How Much It Costs to Be a Sports Fan Now'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에 따르면 미국인 한 명당 주요 스포츠 경기 시청에 필요한 연간 구독료가 2,634달러(약 360만 원)를 웃다. 이처럼 스포츠 접근성이 파편화되면 지역적 자부심과 세대 간의 유대처럼 공공의 자산로서 스포츠가 지닌 가치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제리 브룩하이머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탑건: 매버릭>(이하 <탑건 2>)에 이어 뭉친 < F1 더 무비 >(이하 < F1 >)도 상술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낭만 넘치는 드라이버의 레이스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상은 철저히 상업적인 의도로 가득하기 때문. 최근 F1은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넷플릭스와 함께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를 2018년부터 매 시즌 제작했고, 미국 중계권도 넷플릭스에 넘긴 상황이다.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애플 스튜디오, 브래드 피트와 손잡고 레이싱 영화를 제작했다. 7회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 경이 크레디트에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을 만큼 적극적이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대응법이다. < F1 > 이내재한 모순을 향한 원천 차단하려 한다. 익숙한 이야기 위에서 마치 F1 드라이버가 된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눈과 귀를 현혹하는 이 속임수는 일견 거의 완벽하다.

전투기에서 F1머신으로

< F1 더 무비 >의 기본적인 얼개는 제작자와 감독의 전작인 <탑건 2>와 매우 유사하다. 캐릭터의 성격, 인간관계 모두 복사, 붙여 넣기를 한 수준이다. 은퇴가 다가오는 나이 든 파일럿은 베테랑 드라이버가 됐다. 매버릭과 소니는 둘 다 팀워크를 모르는 반항아다. 그저 비행과 운을 즐기는 게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매버릭은 명예로운 진급을 포기했고, 소니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도 다음 레이스를 위해 정처 없이 떠돈다.

그들에게는 뒤를 봐주는 든든한 친구가 있다. 매버릭에게는 미국 태평양 함대 사령관, '아이스맨'(발 킬머)이, 소니에게는 APXGP의 구단주, 루벤이 있다. 그들은 나이 들었지만, 경험이 풍부한 친구를 필요로 한다. 어린 파일럿은 작전에서, 드라이버는 대회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경륜을 그들로부터 배워야 하니까. 두 베테랑은 젊은이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끝내 진정한 드라이버와 파일럿으로 길러내는 데 성공한다.

선후배, 선생과 제자가 같은 트라우마를 매개로 한 팀이 된다는 전개도 동일하다. 매버릭의 윙맨이자 '루스터'마일스 텔러)의 아버지였던 '구스'(앤서니 에드워즈)의 사망은 둘이 싸우는 원인이자 화해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소니와 조슈아도 다르지 않다. 레이스 도중에 앞차를 추월하려다가 죽을 뻔한 사고를 당했고, 13살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공통점 덕분에 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서 APXGP 팀의 원투펀치로 거듭난다.


기계로 대체 못 하는 낭만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