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다. "네가 사는 곳은 괜찮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군이 투입되고, 최루가스와 통금령이 내려졌다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마치 내전이라도 일어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을 맞아 워싱턴DC에서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대통령이 군대와 함께 생일을 축하받는 모습은 권위주의 국가를 연상케 했다. 동시에 LA, 뉴욕, 필라델피아 등 전국 2000여 곳에서는 '노 킹스(No Kings)'를 외친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미국 일각에서는 현 사태를 '내전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아직 내란으로 진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번 군 투입 논란을 트럼프와 공화당의 정치적 계산, 그리고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 변화의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60년 만의 군 투입, 트럼프가 노린 것
이번 사태는 지난 6일 LA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서 비롯됐다. 연방 이민 당국이 수십 명을 체포하자,이에 반발해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하루 만에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2000명을 연방 통제 하에 투입했다.
이틀 뒤인 9일에는 해병대 병력 700명이 추가 배치됐고, 10~11일에는 법적·정치적 충돌이 정점에 달했다. LA 시장은 통행금지령을 발동했고, 주지사는 군 투입이 위법이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2일 연방 판사는 즉각 중단을 명령했으나, 그날 밤 항소법원이 이를 뒤집으며 군 투입은 계속되고 있다.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해 군대를 투입한 것은 사실 전혀 우발적인 일이 아니다. 트럼프 2기 국정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는 불법 이민자 색출과 추방을 위해 '반란진압법'에 근거한 군 투입을 제안했고, 불복 세력은 '반란'으로 간주하며 취임 첫날 관련 행정명령을 발동하라고까지 제안했다.
이러한 계획을 주도한 인물들은 현재 트럼프 휘하에서 불법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참모들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이번 군 투입을 통해 의도적으로 충돌을 유도하고, 이를 '반란진압법' 적용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아가 향후 계엄령 발동 등 군 동원의 법적·정치적 한계를 시험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 대선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선전했다. 2020년 34.3%였던 득표율을 2024년에는 38.3%까지 끌어올렸다. 히스패닉계 지지는 남성 29%에서 42%로, 여성은 34%까지 상승했다.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남미계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에 호응한 결과다. 이런 흐름은 공화당에 캘리포니아가 더 이상 민주당의 '철옹성' 지지 지역이 아니라는 희망을 주었다.
군 투입은 이러한 정치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불법 이민 단속을 통해 이민자들의 반발을 유도하고, 폭력 시위를 군이 진압하면서 '법과 질서 대 무법천지' 프레임을 확산시키고 있다. 시위가 격해질수록 트럼프의 강경 대응은 정당성을 얻게 된다.
이 사태는 단순한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앞으로 다른 대통령들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군 동원을 시도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한 번 무너진 금기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쩌다 자국 도시에 군대를 투입하는 나라가 되었을까?
쇠퇴를 만회하려 더 공격적으로 변하는 제국
오늘의 미국은 '제국 과잉 확장'이라는 고전적 함정에 빠져 있다. 1987년 폴 케네디가 <강대국의 흥망>에서 지적했듯,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군사·외교적 의무를 짊어질 때 패권국은 균형을 잃고 쇠퇴한다. 미국은 지금 그 전형적인 궤도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