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빨래를 널다 보니, 화분에 심어 놓은 고추가 잎이 누렇게 뜨며 시들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파릇파릇하니 막 하얀 꽃이 지고 파란 고추가 달려서 열무김치나 고추, 장떡을 해 먹고 된장찌개에도 넣어 칼칼하게 먹으리라 기대했습니다. 날씨가 더운 날에는 물도 주고,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로 거름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성이 통하나 했습니다. 고추모를 거실에서 컴퓨터를 쓰다가 바라보는 것도 때로는 즐거움을 줍니다. 빨래를 널 때는 걸리적거려 성가시기도 했지만, 고추가 주렁주렁 달리니 신기 했습니다. 풋고추가 더 자라면 된장찌개를 끓일 때 바로 따서 요리에 넣어 먹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행복에 젖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추가 시들면서 꿈도 사라졌습니다.
그냥 고춧대를 뽑아 버릴 수 있겠다 싶어 고추를 땄습니다. 방금 딴 고추를 넣고 부추 된장찌개를 끓이기로 했습니다. 고추가 매운 것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 강화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