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넘긴 국내 3대 석유화학기업인 여천엔씨씨(NCC)를 두고, 공동 대주주인 한화와 디엘(DL, 옛 대림산업)그룹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자금지원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추진해 왔던 한화와 달리 DL그룹은 이해욱 회장까지 나서 워크아웃을 주장하며 지원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건설 공사현장의 산재 사고와 워크아웃 강행에 따른 산업 피해 여론이 거세지자, DL 쪽은 뒤늦게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DL그룹은 '묻지마 지원', '모럴해저드'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화그룹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주주로서 정상적이고 책임 경영에 나서야 할 DL 쪽이 오히려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거래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 특히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로 1006억 원의 세금 추징 사실을 공개하면서, "세금 추징액의 96%인 962억원이 DL의 저가 거래로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1조원씩 이익 내던 여천NCC, 중국발 저가공세에 자금난… 한화-DL 갈등의 불씨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1위 기업이다. 1999년 4월 당시 대림산업(현 DL케미칼)과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이 각각 지분율 50%씩 합작 투자해 만들었다.
이들은 25년동안 여천NCC를 공동경영 해왔고, 업황이 좋을 때 1년에 1조 원대의 이익을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2020년대부터 중국의 막대한 시설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로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근 3년 사이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화와 DL그룹간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회사가 자금난에 따른 부도 위기로 내몰리면서부터다. 여천NCC는 지난 6월 대주주에게 추가 자금 3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8일부터는 전남 여수 3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한화솔루션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금 지원과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면 DL 쪽은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