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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아버지가 아침부터 딸내미 집으로 가는 이유
2025-08-12 16:26:43
이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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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한 교직 생활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하자, 은퇴하면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먼저 은퇴한 선배 교사들은 대개 텃밭 가꾸기로 소일하고 있었다. 나에겐 그럴 수 있는 땅도 없을 뿐만 아니라 농사일에 대한 취미도 전혀 없었다.

그 고민은 딸내미가 말끔히 없애 주었다. 결혼해서, 내가 사는 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살고 있는 딸내미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누군가 네 살배기 손녀딸을 돌보아 주어야 했다.

도우미에게 손녀딸을 맡기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딸과 사위의 직장이 멀어서 둘 다 6시 30분쯤에는 출근길에 올라야 해서다. 그러려면 도우미가 6시 20분까지는 딸네 집에 와야 하는데 그럴 만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마침 나의 은퇴 시기도 도래했다.

하여, 고심 끝에 우리 부부가 딸네 집 근처로 이사해 손녀딸을 돌보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30년 넘게 살아온 삶터를 떠나 도 경계를 넘어 이사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 누구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일이리라. 그러나 결단해야만 했다. 우리 손녀딸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내 삶의 흔적이 여기저기 고이 아로새겨진 정든 도시를 떠나 낯선 도시로 이사했다. 그렇게 새로운 도시에 정착한 지 만 2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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