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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지치셨나요? 이거면 걱정 없습니다
2025-08-06 20:15:47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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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더위를 쫓는 것은 공포라 했다. 낭만과 순수가 아직은 살아 있던 시절, 그 시대를 살아온 이라면 집 마루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솜털 삐죽 서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있을 수 있겠다. 혹은 친구들과 찾은 산장의 어느 밤, 돌아가며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털어놓고는 했던 일도. 계절답게 무더웠던 오래전 초등학교 교실에선 온갖 괴담을 수록한 이야기책을 돌려보기도 했다. 에어컨이 흔치 않고 선풍기도 시원치 않던 그 시절, 공포는 더위에 맞서는 효과적 도구였다. 그저 더위를 물리칠 뿐 아니라, 곁을 지키는 사람이 귀함을 알도록 하는 효능도 있었다. 이따금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그래서일까.

여름이면 공포영화를 찾는 이가 많았다. 극장에서, 비디오 대여점에서 공포물은 인기가 많은 장르였다. 여름은 블록버스터와 함께 공포물의 계절이라 불렸고,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는 신인 감독에겐 기회로 작용했다. 공포물로서 제 커리어를 시작했던 감독은 얼마나 많았는가. 그런 감독들에게 메가폰을 쥐어주며 해마다 시리즈로 나오는 그렇고 그런 공포영화를 꾸준히 찾는 관객은 또 얼마나 많았나.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찾는 이가 급감하여 공포물이 비수기를 찾아 초가을이며 초겨울까지 밀려나는 현실은 실로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쫄면 근육이 굳는 법이다. 구태여 과학적으로 보자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심박수가 오르며 근육에 혈액이 몰린다. 피부 가까이엔 혈액량이 줄어 온도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식은땀이 나서 몸이 식기도 한다. 긴장한 근육이 떨릴 정도로 무섭다면, 가벼운 오한이라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 요컨대 잘 만든 공포영화는 여름철 더위에 그만한 게 없다.

여기 이 계절과 어울리는 세 편의 공포영화를 추천한다. 걸출한 작품부터 괴작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은 독특한 영화, 그리고 마땅히 다시 꺼내어 기억해 볼만한 영화다. 쉽게 쫄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봐 볼 텐가?

[하나] <알 포인트>


공수창 감독의 <알 포인트>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명품 공포영화다. 그 시절 음반이며 영화에선 공포 마케팅이 꽤나 잘 먹혔는데, 이를테면 촬영장에 귀신이 출몰해 배우가 졸도했다던가, 음반에 악령이 들어 거꾸로 재생하면 악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퍼져나갔을 정도. 그를 참지 못하여서 영화를 보고 앨범을 사는 이가 적잖았으니,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래된 공포 마케팅이다.

<알 포인트>는 공포 마케팅이 정말이지 잘 먹힌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한국에선 베트남 전쟁이라 불리는 제2차 인도차이나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부대원들이 귀신에 빙의돼 몰살당한 사건이 실제 있었던 사실이라 알려졌다. 제2차 인도차이나전쟁에 한국군이 참전한 이야기가 얼마 제작되지 않던 현실에서 꽤 낯설고 신선한 시도라 할 만했다.

10년간의 참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1972년이다. 남베트남에서 미군과 함께 작전 중인 국군에 6개월 전 연락이 두절된 국군 한 부대가 보낸 구조 요청 신호가 들어온다. 군은 최태인 중위(감우성 분)가 이끄는 한 분대를 실종자를 찾기 위해 작전 장소인 로미오포인트(R-point)로 보낸다. 목적지에 당도하자마자 부대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지속된다. 병사들이 하나하나 죽어 나가는 와중에, 본부의 구조헬기가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긴박감을 자아낸다.

이십 대 찬란한 청춘들을 남의 나라 전쟁에 파견해 죽고 죽이는 비극을 십 년이나 감당케 했다. 국군은 교전비라 하여 한국군 한 명당 베트남 병사가 수십 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자랑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한국과는 어떠한 원한도 없던 베트남에 국군이 어째서 참전해 총을 쏘게 되었는지를 깊이 다루지 못하였다. 심지어 수십 곳에 이르는 민간인 학살 의심 사건은 덮어 쉬쉬하기에 급급했다. 반세기를 건너 이제야 한국 법원에서 민간인 학살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제대로 다룬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던 시절, <알 포인트>가 전쟁과 참상을 다루는 방식은 지금 보아도 인상적이다. 물론 공포 또한 명성 만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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