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인 폴 부르제의 유명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한국에선 폴 발레리의 명언으로 잘못 유통되고 있다) 문장은 참으로 진실하다. 인간이 다층적 사고를 하는 수준 높은 존재인 것 같지만, 막상 뜯어보자면 저만의 철학과 사상을 단련하는 대신 하루하루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다.
물론 모든 이가 그런 건 아니다. 성실하게 사고를 단련하고 철학과 사상을 쌓아 올려 그에 맞는 선택을 내리는 이도 드물게는 있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초입이라고 굳게 믿는다. 결코 쉽지 않은 삶의 방식, 그를 알기에 폴 부르제도 저와 같이 쓴 것이었을 테다.
일상을 달리 보게 하는 의심하는 태도
의심은 생각의 비결이 된다. 왜? 어째서? 이래도 되나? 하는 물음들이 인간을 더 나은 사고로 이끈다. 일상을 달리 보고, 문제를 들추어내고, 더 나은 해법을 찾는 과정이 우리의 해묵은 문제를 해소하는 출발점이 된다.
불행히도 이는 피로한 일이다. 일상 가운데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고하는 이를 마주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리하여 사고할 줄 아는 이들일수록, 의심하고 사고하며 적극적으로 제 사상을 단련시켜 가는 소수의 사람이 반갑다.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 선정작 <오늘도 걸어! 지구인>이 꼭 그런 작품이어서 반가웠다. 10분이 조금 넘는 짤막한 다큐멘터리는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한 독특한 작품으로, 우주복을 입은 행성인이 지구인을 찾아 지구에 왔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현실을 빗댄 판타지적 설정으로 제 주변의 민낯을 다큐영화로 까발리는 민감함을 일부 해소하려 드는 선택이었을 테다. 영화는 꽤나 전격적으로 감독 자신이 다니는 교회 집단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며 이야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