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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고등학교 극우화가 침소봉대라는 이들에게
2025-07-05 19:38:01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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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성급한 일반화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침소봉대라고 했다. 몇 해 전부터 남자 고등학교 교실이 급속도로 극우화하고 있다는 글을 써왔는데,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극소수 아이들의 되바라진 행동을 마치 보편적인 또래 문화인 양 과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극우라는 개념부터 정립한 뒤 비판하라는 질책도 들었다.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말썽꾸러기들을 향해 극우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이어졌다. '문제아면 다 극우냐'는 거다. 시대마다 사회마다 극우의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어 쏟아지는 질문에 아직 뾰족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시진핑은 '독재자', 트럼프는 '터프가이'

하여 전제해 둔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일지언정 아이들이 다음의 행태를 보이면, 극우로 분류한다. 첫째, 학벌 서열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한다. 둘째, 동남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 등을 대놓고 비하한다. 셋째, 페미니스트와 중국인에 대해선 극단적으로 혐오한다. 넷째, 공산주의와 북한에 대한 증오로 인해 공산화를 막아내고 경제 성장을 이뤄낸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실 요즘 아이들에게 이 네 가지는 개별적이지 않다. 이른바 '시험 능력주의'를 신봉할수록 인종 혐오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다. 나아가 반페미니즘과 반중국 성향도 강하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권을 거침없이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막무가내 행태를 보이는 미국에 대해선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들에게 시진핑은 '독재자'고, 트럼프는 '터프가이'다.

학교에서 극우적 행태를 보이는 아이들이 목소리는 크지만, 숫자로 치면 아직은 소수다. 대다수는 그들의 되바라진 행동에 별 관심이 없을뿐더러 부러 표현하진 않지만, 못마땅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개 소 닭 보듯 하거나 물과 기름처럼 그들과 말을 섞는 것 자체를 꺼린다.

그렇다고 안심하거나 무시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거친 비유이긴 하나, 극소수의 암세포가 절대다수의 정상세포를 공격해 급기야 거대한 생명체의 숨통을 끊어내는 것처럼 교실의 극우화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선 곤란하다. 이른바 '요란한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를 지배하는' 현실은 학교 안이 교문 밖보다 훨씬 심각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을 넘었다 싶은 극우적인 행동이 요즘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지고 있다. 자주 듣고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이를 바루어야 할 교사들조차 별 문제의식이 없다. 나날이 이념적·경제적으로 양극화하고 물신주의가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세상의 어쩔 수 없는 변화 정도로 인식한다.

극우가 시나브로 대세가 되어 가는 모양새다. 요즘 아이들은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예외 없이 "선생님은 친중파세요?"라고 반문하고, 숫제 페미니즘이라는 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며 수업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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