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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포몬당'... 놀랍게도 여수에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2025-07-05 19:11:31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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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포몬당' 마을. 쫑포는 뭐고, 몬당은 뭐지? 마을과 이어진 비탈 텃밭에서 만난 어르신한테 물어봤다.

"종포여, 종포마을. 발음을 씨게(세게) 해서 쫑포제. 몬당은 산동네를 말허고. 근디, 왜 물어보요?"
"궁금해서요. 그냥 산동네라는 얘기네요."
"그 말인디, 쩌기 고소동에 비하믄 우리 동네는 산동네도 아녀. 작은 언덕이제."

쫑포 몬당 마을은 전라남도 여수시 종화동에 속한다. 종화동으로 불리기 전에 '종포'로 불렸다. 오래 전 배가 드나드는 바닷가 포구였다. 종고산(鐘鼓山) 아래 포구라고 종포, 종개, 새벽이 일찍 찾아오는 바닷가라고 '새벽개'로도 불렸다. 한자로 바뀌면서 '쇠북 종(鍾)'을 써 '종포'가 됐다.

여수 바다 한눈에... 당산나무로 숲 이룬 '당숲'도

예전 종포는 풍경이 빼어나지 않고, 별다른 볼거리가 없었다. '쫑포'로 불린 이유다. 촌스런 포구라는 의미로 낮춰 불렀다. 어감이 좋고 정겨워 입안에도 착 달라붙었다. 종포는 '표류기'로 알려진 핸드릭 하멜이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가는 배를 탄 곳이기도 하다. 바닷가에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풍차와 함께 하멜 전시관과 등대가 들어선 이유다.



몬당은 꼭대기를 가리키는 지역 말이다. 가파른 언덕을 일컫는다. 산동네와 달동네의 다른 표현이다. 쫑포와 몬당은 향토색 물씬 묻어나는 말이다. 몇 해 전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쫑포몬당마을로 이름 붙였다.

'쫑포'로 통하는 종화마을 골목은 모두 자산공원으로 연결된다. 자산공원은 해발 108미터에 이른다. 여수 바다를 내려다보며 마을 골목과 숲길을 따라 간다. 차를 타고 가는 도로도 있다. 10․19여순사건을 떠올려 주는 마을버스 1019번이 오간다. 공원으로 가는 숲길과 도로변에 아기단풍나무가 빼곡하다. 늦가을이면 형형색색 물들어 환상경을 연출한다. 해마다 한반도의 마지막 단풍을 장식한다.

절집 관음사와 보현사도 자산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다. 태고종 관음사는 숲길에 자리하고 있다. 숲과 어우러진 전각이 더욱 멋스럽다. 조계종 보현사는 마을과 한데 있다. 깊은 산중에서 만나는 우람한 절집과 달리, 분위기 소박하다. '우리 절집' 느낌으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당숲도 오붓하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당산나무로 숲을 이루고, 그 숲이 산을 덮었다. 보기 드문 당숲이다. 당산제는 20여 년 전까지 음력 정월 초하루에 지냈다. 제는 상당제와 하당제, 용왕제 순으로 진행됐다. 지금은 지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산제는 여전히 종포마을 사람들의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

숲길 끝에서 만나는 충무정은 여수바다 조망 지점이다. 활을 쏘는 잔디 마당 옆으로 거북선대교가 보인다. 자산공원과 돌산도를 이어주는 해상케이블카도 부산히 오간다. 두말하면 잔소리인 여수바다 풍경이다. 바다 풍광에 눈이 쏠려 활시위를 제대로 당길 수 있으려나, 괜한 걱정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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