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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세요" 세월호 잠수사의 절규
2025-06-25 14:42:39
하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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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5년 걸렸다. 세월호 참사를 주제 삼은 극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 말이다. 그랬다. 어찌 보면 너무 짧지도 너무 오래 걸린 시간이었다. 그때까지도 만족할 만한 진상 조사는 요원해 보였다. 세월호가 인양된 것도 불과 2년 전이었다.

2019년 봄, 영화 <악질경찰>과 <생일>이 나란히 개봉했다. <아저씨> 이정범 감독과 이선균 배우가 만난 <악질경찰>은 범죄물이었다. 나쁜 경찰이 세월호 생존자와 얽히면서 거악 처단에 나서는 이야기였다. <생일>은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고, 전도연과 설경구가 세월호 유가족을 연기했다. <악질경찰>은 흥행에 참패했고, <생일>은 화제성에 비해 아쉬운 120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 이전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인 4.3 장편영화 <지슬>을 만든 오멸 감독이 있었다. 2018년 개봉한 <눈꺼풀>은 실험적인 극영화였고 관객들은 물론 평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고 전미선과 유재명을 비롯해 <파친코> 김민하, <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등 지금은 이름값을 얻은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 옴니버스 영화 <봄이 오면>도 마찬가지였다. 창작자들도, 관객들도 참사 이야기를 극으로 마주하기 거북하고 부담스러워 했다. 서로 너무 빠르다는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듯 했다. 그런 시대였고, 그런 주제였다.

참사 10주기는 더딘 듯 금세 찾아왔다. 그에 앞서 선보인 배우 출신 조현철 감독의 수작 <너와 나>가 청룡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지만 세월호 참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아니었다. 10주기에 개봉한 극영화는 <목화솜 피는 날>이 유일했다. 인양된 세월호를 카메라 정면에 비추는 데까지 나아갔지만 10주기 추모 열기를 극장으로까지 불러들이는 데는 실패했다.

세상이 그랬다. 세월호 참사를 온전히 추모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위로하는 시대이었다. 그 이태원 참사를, 오송 참사를, 순직 해병 사건을 책임져야 할 정권과 싸우느라 세월호를 되돌아보는 일이 시의적절치 못한 건 아닌가 하는 강박과 염려가, 자기 검열이, 혹은 패배감이 유령처럼 떠도는 시기였다.

2024년 작년 한 해가 그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극장에 걸린 다큐멘터리들의 성적도 엇비슷했다. 극장 흥행 환경 자체가 침체된 건 맞지만 대기업 멀티플렉스가 세월호 영화들을 딱히 환영한 적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다큐든 극이든 세월호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는 행위 자체가 이른바 일반 대중에까지 가 닿지 못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참사 11주기에 선보이는 <바다호랑이>(25일 개봉)는 역시나 손에 꼽을 '세월호 극영화'인 동시에 시기와 작품 자체 모두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선 형식과 주제 면에서 미니멀하면서 거시적이다. 또 직설적이면서 은유적이고, 이성적이면서 감정적이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설명은 하지만 끝끝내 연설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어쩌면 조금은 이상하고 낯설게 보일지 모를 세월호 극영화가 우리 앞에 당도했다.

고 김관홍 잠수사를 아시나요


"저희가 (팽목항 참사 현장으로)간 게, 양심적으로 간 게 죄입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타인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 2015년 9월 1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고 김관홍 잠수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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