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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게임의 룰에 말려든 아시아, 이재명 대통령이 나설 때다
2025-07-04 17:46:50
강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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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베트남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베트남 제품에는 20% 관세를, 중국산 환적품에는 40%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베트남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서 첫 번째 실험 무대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체스와 바둑의 차이가 떠올랐다. 체스는 상대의 말을 하나씩 잡아가며 왕을 궁지로 몰아넣는 게임이다. 각 기물의 역할이 명확하고,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최종 승리를 노린다. 반면 바둑은 돌들이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주변과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생존을 결정한다.

어쩌면 지금 아시아 통상 질서가 바로 이 갈림길에 서 있지 않나 싶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체스 방식으로 각국을 하나씩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여 각개격파식 양보를 강요한다. 아시아 각국이 관세 협상에서 더 유리한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아시아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만들어온 연결 구조도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는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유럽연합이 미국과 집단 협상을 벌이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번 상상해 보자. 만약 일본과 미국의 협상 내용을 우리가 미리 안다면 양자 협상에 얼마나 더 유리하겠는가. 나아가 아시아 국가들이 협상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공동 전선을 펼친다면 대미 협상력이 크게 높아지지 않겠는가.

이재명 정부는 향후 이런 아시아판 다자무역협상체를 만들어 가는데 주도적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그것이 우리의 국익에도 훨씬 유리하다.

트럼프의 체스 전략에 휘말린 아시아


트럼프 정부의 대아시아 관세 압박 수법은 체스에 가깝다. 상대의 기물을 하나씩 고립시키고, 선택지를 줄여가며 궁극적으로 킹(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체스 게임 아래에는 또 다른 층위, 이른바 '수인의 딜레마'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양자 협상을 고집해 미국의 비대칭적 협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고, 한 나라라도 먼저 굴복하면 이를 근거로 다른 나라에는 더욱 불리한 협상 내용을 압박하는 식이다.

먼저 트럼프 정부는 각국에 서로 다른 관세율을 제시했다. 베트남 20%, 우리나라 25%, 일본 24%, 태국 36%로 차등을 둔 것이다. 이처럼 다른 관세율을 근거로 가장 취약한 나라부터 공략해 돌파구를 만들려 해왔다.

핵심은 각국을 개별 협상 테이블로 불러 정보 교류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7월 9일이라는 촉박한 데드라인을 설정해 충분한 검토나 상호 협의 시간을 봉쇄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나라가 먼저 좋은 조건을 받아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극대화된다.

베트남이 20% 일반 관세와 40% 환적 관세를 수용한 순간이 그래서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계기로 더욱 공세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각국에 관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하루 10개국씩 발송하겠다고 발표했다. 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각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합의를 미루는 나라들에는 4월에 책정한 원래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유예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며 각국의 조기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

실제 베트남과의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연쇄반응이 시작됐다. 인도네시아는 340억 달러 무역투자협정을, 인도는 48시간 내 임시 협정 서명을,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맞춤형 압박도 교묘하다. 인도에는 노동집약적 상품 시장 접근을, 인도네시아에는 에너지 투자를, 태국에는 외국인 투자 심사 강화를 각각 다른 조건으로 요구한다. 집단 협상의 가능성은 애초에 차단하고, 개별 국가별로 압박하면서 더 깊은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각개격파 전략은 아시아 역내 무역질서 협력과 통합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역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 의존도 29%에도 20% 관세를 수용했지만, 인도네시아는 31% 의존도에 28%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비슷한데도 관세율이 달라 미국 시장을 놓고 서로 제 살 깎아 먹기식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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