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부터 세계의 정점에 가 닿은 <오징어 게임>이 6년의 여정을 끝마쳤다. 넷플릭스 역대 가장 성공한 콘텐츠로 꼽히는 이 시리즈는 공개 이후 쏟아진 혹평에도 전 세계 조회수 및 시청시간 1위의 자리를 확고히 지켜내고 있다. 황당하기까지 한 파격적 설정, 456명의 참가자가 목숨을 걸고 거금을 둔 놀이에 참여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마침내 그 결말을 드러내는 과정을 국적과 세대, 문화를 달리하는 전 세계인이 함께 보았단 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시즌3, 모두 6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된 지난 6월 27일 이래 <오징어 게임> 시즌3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혹평이 많았다. 소문난 졸작들보다도 못한 별점세례를 받고 있는 <오징어 게임> 시즌3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화제적 물음을 던진다. 대중은 <오징어 게임>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했는가. 무엇이 작품을 본 이들을 실망케 하였는가.
어느 모로 보아도 <오징어 게임> 시즌3을 수준 높은 작품이라 할 수는 없다. 만듦새와 연기, 집중할 것과 않을 것을 구분하지 못한 서사의 구성, 시리즈를 성공케 한 참신함을 지속하지 못한 역량부족이 하나하나 그렇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받고 있는 혹평을 작품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나친 혹평은 그 아래 감정이, 깨어진 기대가 깔려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 작품이 시청자로 하여금 기대하게 한 것, 또 무참히 무시하고 깨뜨린 것이 무언지를 평자라면 마땅히 파헤쳐 볼 일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시리즈의 매력
<오징어 게임>의 뼈대는 단순하다. 재기불능의 밑바닥 인생이 있다. 빚을 지고 갚을 수 있는 여력도 없는, 삶의 끝의 끝까지 내몰린 말 그대로 막장에 다다른 이들이다. 사업실패로,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마약이며 도박중독으로, 가족이 아파서, 전형적이라 해도 좋을 사유들로 삶의 끝에 내몰린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456명이 벌이는 게임, 최후의 생존자 1명이 456억 원을 가질 기회를 얻는다.
문제라면 이것이겠다. 패배한 455명은 죽는다. 말 그대로 진짜 죽임을 당한다. 때로는 목숨을 건 위험한 게임으로, 또 때로는 게임이 끝난 뒤 진행요원에 의해서 수많은 참가자들이 죽임을 당한다. 이들을 외딴 섬으로 불러들여 한국의 전통놀이라 할 것을 하게 한 이들은 게임이 모두 끝나기 전 이들이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기실 이들이 막지 않는대도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고립된 곳에서 목숨을 건 게임을 벌일 밖에 없는 이유다.
비슷한 설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배틀로얄>부터 <헝거게임> 시리즈, <이스케이프 룸> 시리즈 등 목숨을 건 게임을 벌이는 수많은 이야기가 익히 존재해왔다. 스티븐 킹의 <롱 워크> 등 비슷한 문학작품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목숨을 건 게임에 임하는 평범한 사람들, 그를 강요하는 집단, 그로부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면을 보이는 이야기가 세상엔 차고 넘쳤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 만큼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품은 익히 없었으니, 그건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적 유통망을 지닌 OTT서비스의 등장과 정점에 다다른 K콘텐츠의 긍정적 이미지, 무엇보다 입소문을 탈만한 시즌1의 만듦새가 두루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