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규영이 연기한 노을이란 캐릭터는 <오징어 게임> 세계관을 확장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다. 인생 막장에 몰린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사연을 안고 상금 456억 원이 걸린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의 반대편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핑크색 수트를 입은 채 참가자들을 통제하고 때론 무차별하게 사살까지 일삼는 이들의 서사가 바로 노을을 통해 묘사된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2일 만난 박규영은 그 지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스스로 비인간성을 택한 핑크 가드들도 저마다 사연이 있었을 것"이라며 "핑크 가드로서 서사를 이야기하는 첫 캐릭터기에 다시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 해도 노을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에 앞서 박규영은 논란이 됐던 현장 사진 스포일러 상황을 해명하며 사과부터 전했다. 어떤 변명을 해도 현장 사진을 노출한 건 잘못이고, 위약금 얘긴 없었지만 배우로서 책임감의 무게를 여실히 깨닫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요지였다.
시즌1의 새벽과 시즌2와 3의 노을
탈북민으로 이뤄진 새터민은 한국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는 소수자 그룹이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1에서 새벽(정호연)이란 인물로 작게나마 연대와 희망을 꿈꾸는 새터민을 묘사했고, 후속 시즌에선 노을을 통해 절망에 빠진 채 현실 시스템에 부역하는 모습을 그렸다. 비디오 오디션과 대면 오디션을 거쳐 역할에 낙점된 박규영은 넷플릭스 <스위트홈>이나 <악마판사> 등 드라마에서 강한 액션 연기를 보여왔기에 사격에 능한 핑크 가드 노을 역으로도 적역일 수 있었다. 더불어 게임 바깥에서 상황을 통제하는 여성 캐릭터로서 나름 <오징어 게임> 세계관의 확장에도 그 역할을 하는 캐릭터기도 하기에 배우 입장에선 여러모로 도전일 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