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빙수가 몇 주째 품절 대란이란다. 내 지인들 SNS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컵빙수 디저트' 사진이 올라온다.
며칠 전 나도 모처럼 친구와 새벽 러닝을 끝내고 카페에 들렀다. 방금 문을 열었기 때문인지 컵빙수를 팔기에 드디어 하나 맛봤다. 팥, 떡, 아이스크림 등 알알이 작은 토핑들이 예쁘게도 담겨 있다. 한편으로는 이 컵빙수를 만들었을 알바생과 주방 모습이 저절로 상상된다.
손님은 단일 메뉴 하나를 주문했을 뿐이지만, 알바생은 네댓 가지의 재료를 조합해야 한다. 커다란 통조림 팥을 옮기고, 미리 만들어 놓은 연유 시럽을 뿌리고, 떡을 집게로 올리고, 젤라또를 퍼 담는다. 이들은 이미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뭐든지 잘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요새 알바생은 수십 가지 메뉴를 외우고, 각 메뉴마다 토핑 옵션을 기억하고, 배달앱 주문, 포장, 매장 응대까지 동시에 소화한다. 주문 하나를 늦게 처리하면 곧바로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심지어는 일부러 '품절'로 내려놨다는 오해까지 받는다. 컵빙수를 만드는 일은 이제 단순한 조립이 아니라, 감각과 속도, 정서노동이 함께 요구되는 노동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