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송미술관과 교보문고 요청으로 우리나라 대표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지난 2014년에 직접 보고 해설한 바 있다(김슬옹, 2015.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의 탄생과 역사> 간송본 복간본 해제, 교보문고 참조).
한글을 세계의 '주류 문자'로 삼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꿈(훈민정음 해례본)을, 세종이 직접 펴낸 책에 적용한 국보 <월인천강지곡>(조선 세종이 소헌왕후가 죽자 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책)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소장자인 미래엔(주)과 2027년 새로 준공되는 박물관에 소장하려는 세종시에 의해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이는 단순한 문화재 등재를 넘어, 세종의 앞선 꿈이 21세기 세계 무대에서 실현되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5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월인천강지곡> 원본이 등재 추진 관계자들에게만 특별 공개되었다. 미래엔(주) 교과서박물관 김동래 관장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이번 '친견'에 필자도 참여해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보았던 때의 감동을 다시 맛보았다.
행사에는 박병천 월인천강지곡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준비위원을 비롯해 강순애 한성대 명예교수(서지학 연구자), 유호선 국립한글박물관 연구교육과장, 황문환 한국학 대학원 교수, 박소윤 지우글밭 대표, 세종시 실무 추진 김동준 학예사 등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원본을 자세히 검토했다.
김동래 박물관장은 "1447년 세종이 직접 감수한 금속활자의 정교함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라며, "교과서 출판 80여 년 역사를 가진 미래엔이 이런 귀중한 문화재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게 되어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박병천 준비위원(경인교대 명예교수)은 50여 년간 <월인천강지곡>을 연구해왔다. 그는 "<월인천강지곡>은 훈민정음 해례본체와 동국정운체를 절충·변형한 실용 글꼴 미학의 극치"라고 평가했다. 또한 "2025년에 공표된 은평사가독서체가 바로 <월인천강지곡> 체를 현대화한 것으로 아름다우면서도 가독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세종시 한글사랑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나는, 한글문화수도를 지향하는 세종시에 <월인천강지곡>보다 더 적합한 문화재는 없다고 생각한다.<월인천강지곡>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경우 한글의 세계화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