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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 잠든 조선시대 왕실 여인들 이야기
2025-06-25 18:47:10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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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성의 흔적은 종종 남성 중심의 가치관 속에 그 흔적이 묻히곤 한다. 그러나 조선 왕조의 뿌리 깊은 계보 속에서도 묵묵히 시대를 견디며 자신만의 자취를 남긴 여성들이 많다.

용인은 조선시대 왕실 여성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뜻깊은 공간이다. 이 글에서는 용인에 영면하고 있는 경신공주, 연안부부인 전씨, 풍창부부인 조씨, 그리고 태종의 증손녀 숙인 완산이씨의 삶과 묘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개국 공주의 품격, 태조의 딸 '경신공주'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은 한 번쯤은 공주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공주놀이를 하며 성장한다. 어릴 적 꿈꾸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공주에 대한 동경을 품고 경신공주 묘소를 찾아 나서기 전에 경신공주와 남편 상당부원군 이애에 대해 알아본다.

경신공주(慶愼公主)는 태조와 신의왕후 한씨 사이에 장녀로 태어났다. 그녀는 개국공신이자 영의정을 역임한 이거이(李居易)의 아들 이애(李薆, 1363∼1414, 상당부원군)와 혼인했다. 슬하에 아들 이후(李厚)를 두었다. 이애의 집안은 공신 가문이면서 왕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이애의 동생 이백강은 태종의 장녀 정순공주(貞順公主)와 혼인한 사실에 비춰볼 때, 가문의 위상을 알 수 있다. 1426년(세종 8년)에 경신공주가 사망하자 세종은 내관을 보내 조문하게 한 뒤, 다음날 쌀과 콩 각 50석과 종이 200권을 부조하고 최고의 예우로 장사 지내게 했다.

남편인 이애의 초상과 함께, 현재 유일하게 초상이 남아 있는 공주다. 경신공주 초상은 본래 청주이씨 종가에 소장돼 있었으나 2006년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얼굴의 묘사, 복식의 형태 등에서 조선 초기 초상의 모습을 유존하고 있는 작품으로 희소성이 높다고 한다. 경신공주 초상은 조선시대 양반가, 혹은 왕실 여인의 덕성스럽고 복성스러운 여인상으로 손색이 없는 너그러운 인상이다.

경신공주를 만나러 가는 여정은 신원저수지가 보이는 곳에서 두 방향으로 갈라진 곳에서 이정표가 없어서 어느 방향인지 망설이다가 저수지 오른쪽 방향으로 둑을 건너 올라갔다. 저수지 옆길을 걸으면서 자연 숲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풍경으로 공주가 잠들어 있는 신비스러운 장소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이 숲길이 맞는 건지 의심이 들 때쯤 산기슭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묘소가 펼쳐졌다.

묘소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신원3리 산40-11에 있다. 1992년 용인시 향토유적 제32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정면에서 볼 때 왼쪽이 상당부원군 이애의 분묘이고, 오른쪽이 경신공주의 분묘다. 도난당해 새로 세워진 장명등을 제외하고는 15세기 분묘 양식이 원형대로 남아 있다. 봉분은 장방형으로, 호석 2단으로 둘러 예장된 분묘임을 알 수 있다. 묘소는 방형쌍분이고, 상석도 따로 놓여 부모의 신위와 제사상을 각각 다른 자리에 차리는 즉 '고비각설(考妣各設)' 방식이다.

묘 앞 각기 세워진 2기의 묘표는 여말선초기의 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옥개방부 형태로 지붕과 비신이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형식으로 매우 드문 형태이다. 앞에는 상석과 향로석이 놓여 있고, 중앙에는 장명등, 좌우에는 문인석과 무인석이 세워져 있다. 문인석은 조선 초기 양식으로 복두관복을 입은 형상이다. 무인석은 벙거지 모양의 투구를 쓰고 조복을 착용하고 공수하는 자세의 형상이다. 오랜 세월 풍파를 이겨내며 부부를 지켜온 강인함이 느껴졌다.


잊힌 묘소, 태종 증손녀 숙인 완산이씨(完山李氏)

숙인 완산이씨는 조선 제3대 태종의 증손녀로 고귀한 혈통을 지닌 여인이었다. 종친가의 여성으로서 정해진 예에 따라 병마절제사 조위(趙瑋)와 혼인하고, 자손을 남기며 왕실의 일원으로 조용한 삶을 살았다. '숙인(淑人)'이라는 칭호는 조선시대 왕실 여성에게 주어지는 품계로 정3품 당하관(정3품 이하의 관직) 또는 종3품 종친(왕실 친족)과 문무관 아내에게 주어지는 관직이다.

숙인 완산이씨의 묘는 포곡읍 영문리 한양조씨 묘역에 있다. 용인의 대표적인 세거 성씨인 한양조씨 선현의 묘역이 용인시 도처에 산재해 있지만, 숙인 완산이씨 묘역은 최근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숙인이씨 묘역은 남편 조위의 묘소에서 왼편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묘소는 원형 봉분으로 정면에 묘갈과 상석, 좌우에는 문인석을 배치했다. 문인석은 복두형 관모를 쓰고 공복을 갖춰 입고, 손을 가슴에 모아 홀(笏)을 쥔 문신의 형상을 하고 있다. 공복은 조정에 나아가 공무를 볼 때 입는 옷으로 목깃이 둥글게 파이고 소매는 넓고 길어 발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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