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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다는 걸 잊지 마라" 좀비 세상에서 건진 질문
2025-06-24 14:41:08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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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가렌드 각본가의 재회로 이 시리즈가 다시 주목받는 것에는 조금 복잡한 사연이 있다. 23년 전, 처음으로 이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았던 두 사람은 < 28일 후 >(2002)로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독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강렬한 시각적 표현과 호러 무비 치고 뻔하지 않은 각본이 배우들의 호연과 더해져 깊은 몰입감을 이끌어냈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속편인 < 28주 후 >(2007)에서 두 사람은 돌연 현장에서 빠져 기획으로 물러난다. 이를 이어받은 것은 스페인 출신의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디요 감독과 로완 조페 각본가. 두 사람 모두 이 작품을 맡기 전까지 뚜렷한 성과라고 할만한 족적이 없었기에 우려가 컸다.

실제로 영화 < 28주 후 >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제러미 레너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개연성 문제가 크게 발목을 잡는다. 전작을 맡았던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렌드 역시 그 지점을 비판했다. 이후 제작 예정이던 후속작 < 28개월 후 >마저 엎어진 것을 보면 내부적으로도 시리즈를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그렇게 1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시리즈의 시작점이었던 두 사람은 새로운 속편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 < 28년 후 >, 새로운 트릴로지(Trilogy,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다.

02.
"모든 게 예언된 대로란다. 죽은 게 아니야. 구원받은 거지."

강렬한 오프닝이 떠오른다. 단순히 좀비 무리의 습격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더 잔혹하다. 굳게 닫힌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부모의 비명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사실의 인지와 함께 덮쳐 오는 살상이다. 살아남은 소년에게는 더 가혹한 장면이 놓인다.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어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는, 그저 어둠 속에 숨을 죽인 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무력한 자신이다.

이 소년이 28년이 지난 훗날, 메인 스토리의 아버지 제이미(애런 테일러 존슨 분)가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게 추측할 뿐이다. 대신 우리가 이 짧은 오프닝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시리즈를 다시 시작한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렌드가 전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점의 이야기를 할지언정 그 설정 자체나 분위기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다른 작품 속 모든 구원의 약속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의 어떤 결말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누구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방향의 것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누군가 하나는 살아남겠지만.


03.
이번 작품은 28년 전 생물학 무기 연구소에서 세상을 재앙으로 몰아넣은 바이러스가 유출된 후, 생존자들이 격리된 채로 살아가는 섬 '홀리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이는 직전 시리즈인 < 28주 후 >의 결말을 생각하더라도 별로 다르지 않다. 좀비들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장면에서 영국 섬이 영구적으로 격리되고, 다른 모든 국가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하는 상황이 다. 섬의 생존자들 역시 본토의 감염자들로부터 자신들을 분리하고 지키는 방법으로 생존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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