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기록하면서 위로하는 글을 계속 써보고 싶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살면 저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주최한 에세이 <이상한 나라에서 왔습니다>(2024년 12월 출간) 북토크에서 탈북민 오은정 작가(33)가 당차게 말했다. 그는 "바쁘다 보면 북과 고향을 가끔 잊기도 하지만, 설과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뿌리인 고향이 더 생각난다 "고 말했다.
탈북 전 북한에서의 삶과 이야기
에세이는 오씨가 탈북하기 전 고향 함경북도 경성에서의 추억과 생활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에세이를 내기 전에 2015년 시로 등단한 오씨의 시 <종자>는 '심을 것인가/먹을 것인가/봄이면 찾아오는 유혹' 3줄 시에 불과하지만 북한에서의 굶주림을 감성적으로 풀어 주목받았다.
작가의 애틋한 시선이 에세이에도 오롯이 녹아있다는 평가이다. 이날 북토크는 에세이 내용과 작가의 삶과 꿈 등 여러 주제를 다루었다.
2009년 탈북한 오 작가는 북한에서 중1 과정까지 다녔고, 글쓰기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숨겨진 재능과 가능성을 눈여겨본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가 학교행사의 탈북민 코너에 오 시인을 초대하고 나중엔 글쓰기 첨삭지도까지 맡았다.
책은 47편 수필을 담았다. 북에서 겨울철 먹을 것이 없어 무를 도둑질하던 이야기부터, 힘겹게 탈북하는 여정까지 어린 소녀가 경험한 적나라한 삶이 쓰여있다.
이미 탈북작가들의 여러 스토리가 시중에 있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 이데올로기나 인권 등 가치판단을 유보하면서도 북한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는 화가들이 빗줄기 없이 우산과 무지개로도 비 오는 풍경을 그릴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