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을 나온 두 딸과 남편을 둔 엄마는 우리와의 말다툼에서 밀리기만 하면 이렇게 말했다.
"자기들 똑똑하다고 나를 무시하고."
한사코 엄마를 무시한 적이 없으며, 대학을 안 나온 것과 무관하게 엄마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고, 특히 사람 속이나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귀신같은 통찰력이 있다며 엄마를 최대한 치켜세우려고 노력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설움과 자격지심 혹은 열등감은 언제나 엄마의 마음 한 켠을 깊고 어둡게 차지했다.
몇 년 전 큰외삼촌이 돌아가셨을 때 엄마는 별로 슬퍼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드문드문 이어졌던 이야기를 길게 연결해 보니 결국 엄마는 큰외삼촌을 위해 희생된 장녀였다. 큰외삼촌을 대학 보내고 교육시키기 위해 엄마는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를 대신해 가족들 밥을 해먹이며 '착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본인을 위해서는 뒤늦게서야 야간 대학에 가기 위해 공장에 들어갔다. 자신의 삶이 동생의 어떤 것을 희생해 얻은 건지 아무것도 몰랐던 큰외삼촌은 평생을 한량으로 살아가시다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니, 큰외삼촌마저 그것을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것은 엄마의 것이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