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9시, 여느 때처럼 라디오 방송 <주진우 라이브>를 위해 KBS에 출근하던 주진우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KBS 라디오 신임 간부의 '하차 통보' 전화였다. 그 간부는 주 기자에게 'KBS에 오지 마라, 방송은 끝났다'고 통지했다.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할 기회를 달라'는 주 기자의 간절한 요청도 단칼에 거절당했다.
주 기자는 "순간 멍했다"고 했다. KBS 주차장에 막 도착한 그는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2020년 5월부터 3년 6개월간 이어온 KBS '주진우 라이브'는 그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 금요일, '주진우 라이브' 방송 끝머리에서 그가 했던 말, "월요일 오후 5시 5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청취자와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15일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서 만난 주 기자는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짤린 지 이틀"이라는 말을 반복했고, 라디오 이야기를 꺼낼 때는 눈가에 잠시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주 기자는 "무지하고 무례한 시대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라며 말을 꺼냈다. 강제 하차에 대해 주 기자는 "당장 오지 말라는데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며 "(지난해 말 TBS 라디오 하차할 때) 그때는 숨도 못 쉬게 하는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단칼로 내려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민 사장이 정치적 편향을 지적해왔다는 말을 꺼내자 주 기자는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박민(사장이 문화일보 논설위원 당시 쓴) 글을 보라, 윤석열은 '어벤져스', 이재명은 '타노스'라고 얘기하면서 한쪽 진영에 발을 담그고 훈수를 뒀다"라며 "그 사람(박민)이 하는 말은 윤핵관을 어벤져스라고 안했다고, 편향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박민은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기자는 역대 보수 정부의 언론 정책을 "이명박 정부 때가 가장 후졌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에선 그 후짐이 구체화되고 있다. YTN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 당시 구상들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주 기자와의 일문일답.
KBS 신임간부의 월요일 오전 하차 통보
- 1년 새 두 번의 강제 하차를 겪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2월 TBS 라디오, 이번에는 KBS 라디오다. KBS 하차는 좀더 과격하게 이뤄졌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TBS의 경우 돈줄을 말려서 방송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숨을 못 쉬게 하는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단칼로 내리치는 느낌이다. 쿠데타 같다. 진짜로 그냥 쿠데타 같다. 이별의 순간이 왔다는 것은 예감했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그리고 법도 어겨가면서 무리할 이유가 있었나 이런 생각은 계속 든다. 프리랜서지만 라디오 하차 한달 전에는 통보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지금 '특집'이라고 붙여 놓으면서 꼼수를 쓰는데 자기네들(KBS간부)도 다 안다. 법을 어겼다는 걸. 지난주 금요일에 '월요일 오후 5시 5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얘기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이니 한마디는 하고 싶었다. 그 얘기를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 정확하게 하차 통보를 받은 시점이 언제였나?
"오전 9시 조금 넘어서 전화가 왔다. 부족한 진행자여서 KBS에 일찍 가서 준비도 하고 공부도 한다. 9시쯤 KBS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그때 전화가 왔다. 라디오 간부라는 사람이 자기가 발령을 받았다면서 '오지 말아라, 너의 방송은 끝났다' 이런 얘기를 했다. 사장의 뜻에 의해서 특집 방송으로 대체될 거니까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차를 돌려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 그간 라디오 프로그램이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편향성 비판을 받아왔다. 행정 제재를 많이 받았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행정 제재 내용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여론조사를 소개할 때 개요를 일부 빼먹거나, 외국 여론조사를 애기할 때 확률 등에 대해 고지를 안한 게 대부분이다. 편향적이라고 하는데, 가장 최근 사례를 들어보겠다. 강서구청장 선거할 때 우리가 김태우 (국힘) 후보자 측에 인터뷰 요청을 먼저 했다. 여러 번. 그리고 나중에 나오겠다는 답변을 받고 진교훈 (민주당) 후보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측에서 방송통신심의위에 '편파적'이라고 걸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