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법정에서 침묵을 지키던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달라졌다. 16일 재판에서 그는 '앞으로 증인신문이 끝나면 의견진술을 하겠다'며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기존 증인신문 계획을 변경해달라는 요구에 반대하는 검찰을 두고 "그렇게 입증에 자신이 없는 건지"라며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윤씨는 이날 내란우두머리 혐의 7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에서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군사보좌관 김철진 준장 증인신문이 끝나자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김 준장은 계엄 당일 김 장관을 수행했고, 국회 계엄 해제 의결 후 국방부 전투통제실을 찾은 윤씨가 김 장관에게 "거봐, 부족하다니까. (국회에) 1000명을 보냈어야지"라고 질책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인물이다. 그는 법정에서도 당시 상황을 "명확히 기억한다"고 했다.
윤씨는 김 준장의 증언 자체를 일일이 반박하진 않았다. 다만 '1000명을 보냈어야지'라는 발언 등이 마치 자신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무시하려고 한 것처럼 비춰질까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당시 국회 의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존중해 계엄을 해제하기로 했고, 군을 빨리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그간 '대통령이나 김용현 장관, 또는 사령관으로부터 철수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증언해온 현장 출동 군인들과 어긋나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