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환갑에 시작한 이 공부, 믹스커피 수혈도 소용없었다
2025-07-12 18:57:33
이정희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4월 중순부터 요양보호사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을 간다고 하자 친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반문했다.

"자격증은 안 딴다며?"

그러게. 불과 학원을 다니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 취업을 하려고 이쪽저쪽 지원서를 넣었지만 소식이 없었다. 지금 하는 일만으로 호구지책이 힘든 처지가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시작되어야 할 일들이 막연하게 미뤄지고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내가 얼마나 불안정한 수익 구조에 기대 노년의 시간을 건너 가려 하는가 실감이 됐다.

벌어 놓은 것도 없고, 나 대신 벌어줄 이도 없는 처지에 말이다. 답답한 마음에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 싶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았는데 그 시간을 겪으며 생각이 달라져 갔다. 호구지책이 걱정이면 호구지책을 해결하면 될 일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모범생이 되기로 했다

살아가는 일은 불안을 헤치며 나아가는 것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 명대사가 있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는 대사다. 바로 그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할 수 있는 일 전부가 아닐까.

환갑을 맞아 스스로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지나온 '갑'(甲)의 시기, 나는 마치 머리만 큰 아이처럼 늘 이런 저런 생각만 앞서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0년 그만큼 고민하고 고뇌했으면 되지 않았는가, 어차피 또 한 번의 갑이 끝나기 전에 마무리할 인생, 이제 그만 나를 들들 볶자 싶었다.

그래서 편하게 '나이듦'의 시간을 보내려면 무엇보다 우선 호구지책을 안정화해야 할 듯싶었다. 그 중 가장 적절한 방법이 이른바 '(자격)쯩'을 따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처럼 호구지책에 고민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일 배움 카드'라는 게 있다.

웬만큼 부자가 아니면 나라가 먹고 살 준비를 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내 나이에 딸만한 자격증을 찾아보니 아이 돌봄 지도사와 요양보호사가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의 연관성을 보면, 아이 돌봄 지도사가 적당하겠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아 일의 전망이 막연해 보였다. 그래서 초고령화 시대 수요가 많다는 요양보호사를 선택했다.

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하자 졸지에 모범생이 되었다. 선생님들은 수업을 하며 이런 저런 질문을 하셨고 용케도 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수업을 열심히 듣겠다며 오른쪽 귀퉁이 제일 앞 줄에 앉았는데, 이쪽 분야에 있었냐는 질문도 받았다.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