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세 번째 시즌을 끝낸 후 제작진과 방송사 간의 갈등이 생겼지만 JTBC의 야구예능 <최강야구>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앞날을 열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한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한경빈(한화 이글스)과 윤준호(두산 베어스), 류현인(kt 위즈), 고영우, 원성준(이상 키움 히어로즈) 등이 '최강 몬스터즈'를 거쳐 프로 입성에 성공했고 황영묵(한화)과 정현수(롯데 자이언츠)는 붙박이 1군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최강야구>는 KBO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의 위기를 극복하고 작년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민스포츠'로 재도약하는 데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실제로 많은 야구팬들은 <최강야구>를 시청하면서 '야구가 없는 월요일의 허전함'을 달랬다. 여기에 야구에 크게 관심이 없던 소위 '라이트팬'들도 <최강야구>를 통해 야구의 매력을 느끼고 KBO리그를 좋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MBC에서는 오는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여자배구 선수들의 프로 도전기를 그린 배구 예능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프로그램 제목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 11일부터 실업 선수와 은퇴 선수, 배구 유망주 등을 대상으로 서류 접수를 시작했다. 아직 준비 단계에 불과한 MBC의 새 배구예능이 배구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의 신인 감독이 다름 아닌 '배구여제' 김연경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배구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
사실 김연경을 빼놓고 200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까지의 한국 여자배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여자배구에서 김연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축구로 치면 21세기 들어 유럽의 변방으로 밀려난 노르웨이에서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FC) 같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탄생한 것과 비슷하다. 자국 대표팀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만 보면 오히려 김연경이 홀란보다 더 위라고 할 수 있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입단하자마자 4번의 시즌 동안 세 번이나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세 번의 정규리그 MVP와 챔프전 MVP로 선정되며 20대 초반 V리그를 완전히 평정했다. 2009년 JT 마블러스로 임대 이적한 김연경은 일본에서도 팀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하며 베스트6와 MVP에 선정되는 등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다가 2011년 튀르키예의 페네르바흐체 SK로 이적했다.
김연경은 세계 각지의 최고 선수들이 모인 튀르키예 리그에서도 두 번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 CEV컵 우승, 튀르키예컵 우승, 슈퍼컵 우승 트로피를 각 한 번씩 들어 올리며 세계 최고의 아웃사이드히터로 군림했다. 특히 튀르키예 리그 진출 첫 시즌이었던 2011-2012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과 공격성공률, 서브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배구계 메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대표팀에서도 김연경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한국의 4강 신화를 견인하며 대회 MVP에 선정된 김연경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김연경은 대표팀 은퇴 무대였던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팀의 주장으로 동료들을 이끌며 한국이 일본과 튀르키예 등 배구강국들을 꺾고 9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0년 1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한 김연경은 세 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김연경은 은퇴를 앞둔 2024-2025 시즌 챔프전에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3승2패로 꺾고 흥국생명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 시즌에 챔프전 우승과 정규리그, 챔프전 MVP를 모두 휩쓴, 그야말로 '배구여제'다운 완벽한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