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밭으로 달려가 저희를 부릅니다. 내가 심었던 작물이 얼마나 컸는지, 풀은 얼마나 자랐는지, 꽃이 무슨 색으로 피었는지를 알려줍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을 지나 망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농부들은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겹치는 시기라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지요.
아이들도 학교생활 틈틈이 텃밭으로 나와 풀을 뽑고 물을 주었다고 하니, 학업과 농사일을 병행하는 아이들도 농부들만큼이나 바빴겠구나 싶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생명을 돌보고 자연을 관찰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초록으로 가득 부풀어가고 있겠지요?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짓다 보면 텃밭 교사의 역할이 단순히 농사 기술을 전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른보다 자연에, 세상에 활짝 열려 있는 아이들은 종종 이곳에서 더 많은 발견과 재미 요소들을 찾아내곤 합니다. 열매가 풍선같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초는 얇은 겉껍질을 살짝 찢어 물을 채워 넣고 풍선 던지기 놀이를 한다거나, 고구마 잎을 제거하고 난 긴 줄기를 가지고 줄넘기를 하기도 합니다. 수업 중 몇 아이들이 조용하다 싶어 돌아보면 땅을 파고 물을 채워 넣어 곤충 워터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