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세계를 속인 테슬라 완전자율주행차의 민낯
2021-08-02 07:08:57
강인규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2020년 7월, 테슬라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습니다. 이 전기 자동차사가 독일에서 더 이상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완전자율주행(Full-Self Driving)'은 테슬라 자동차에 장착된 운전자 보조시스템의 공식 명칭으로, 주행 중 가속, 정지, 차선유지와 변경 등의 조작을 돕는 첨단 장치를 말합니다. 뮌헨 법원은 테슬라가 홍보에 써온 이 명칭이 운전자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 치명적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이 금지 판결은 독일 내에서만 유효하지만, 독일은 유럽 최대의 자동차 시장입니다. 그리고 테슬라가 본사를 둔 미국에서도 '오토파일럿' 등의 표현을 두고 우려가 확산하던 터였습니다. 미국 <시앤앤>(CNN)은 "오토파일럿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요. 독일 법원의 금지 결정은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이 결정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비판을 무릅쓰며 '오토파일럿' 명칭에 집착을 보였습니다.

머스크는 '오토파일럿'은 그저 이름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오토파일럿'이 위험하다면 '아우토반'은 왜 문제 삼지 않느냐고 항변했습니다. 비록 무슨 말을 해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팬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독일어 '아우토반'의 '아우토'는 '자동차(Automobil)'의 준말이지만, '오토파일럿'의 '오토'는 '자동(automatic)'의 준말이기 때문이지요. 차가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도로를 '자동차 고속도로'로 부르는 것과, 자율주행을 할 수 없는 장치를 '자율주행장치'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니까요.

테슬라는 제품 설명서에 "주행 중 운전대를 놓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공식 웹사이트에도 "오토파일럿 기능이 자동차를 자율주행차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운전자들 가운데는 '오토파일럿'을 작동시킨 후 운전대를 놓는 것은 물론, 뒷좌석으로 건너가기도 하고, 심지어 주행 중 잠을 자다 적발된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는 이유가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느 경우든 만용을 부려 위험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존재하니까요.

문제는 머스크가 이런 위험한 행위를 만류하고 경고하기는커녕, 은근히 즐기며 부추겨왔다는 점입니다. 2019년 미국에서는 10대 커플이 주행 중인 테슬라에서 성행위를 하며 영상을 찍은 일이 있습니다. 이 사건을 언급하며 머스크는 트위터에 이런 농담을 올렸습니다. "오토파일럿이 애초에 상상했던 것보다 쓰임새가 많네요."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런 게 오리라는 것을 알았어야 하는데…(Shoulda seen it coming…)."

머스크의 두 번째 트윗은 성적인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 더 논란이 됐습니다. 그 말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아야 했는데"와 "사정하는 것을 봤어야 하는데"라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트위터에 글을 남기자 그의 지지자 다수는 옹호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낄낄댔지만, 적잖은 이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어떤 이는 머스크에게 "이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제발 이런 농담 대신 위험성을 분명히 경고해 주세요"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앞의 커플은 자신들의 행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도 오토파일럿을 몇 번 써봤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로부터 석 달 뒤, 테슬라가 트럭 측면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 트럭 조수석에 앉아 있던 15세 소년이 차 밖으로 튕겨나가 사망했지요. 가해차량은 오토파일럿이 켜진 상태였는데, 트럭을 들이받기 전에 감속하기는커녕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는 사실이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이 10대 소년은 운전수의 아들이었고, 2021년 현재 유족은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테슬라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 사망 사고는 도로 위 누구나 이 설익은 기술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을 팔다

머스크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에 그토록 많은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지만, 그는 아예 '완전자율주행' 기능까지 끼워 팔고 있으니까요. 2021년 현재, 최신 모델을 구입할 때 미화로 1만 달러(약 1150만원)를 추가로 지불하거나, 이후 매달 199불씩 내면 이 기능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을 미리 팔고 있는 것이지요. 머스크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아래와 같은 조건을 붙여 자율주행을 '선판매'합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완전한 주의를 필요로 하며,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고 어느 경우든 운전의 주도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비록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향상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기능이 자동차를 자율주행으로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미래에 가능할 거라는 전망으로,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시스템에 '완전자율주행' 이름을 붙여 파는 게 타당할까요? 머스크의 약속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살펴보겠습니다. 그가 '완전자율주행'을 약속한 시기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머스크는 "90% 자율주행 하는 차를 3년 안에 만들겠다"며 "완전자율주행 개발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우 야심찬 계획이긴 하나, 어느 정도 현실감각은 지니고 있던 셈입니다.

그러던 머스크가 2014년에 태도를 바꿉니다. 주주총회에서 그는 투자자와 분석가들을 향해 "1년 내에 운전자가 아무런 기계조작을 안 해도 스스로 고속도로에서 일반도로까지 달리는 차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공언한 것입니다. 2015년에는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완전자율 자동차를 2년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한해 뒤인 2016년에도 "완전자율운행 기술은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2년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재차 확인합니다. 해가 바뀌는데도 "향후 2년"을 반복하는 게 이상하지만, "이미 해결된 문제"라니 2017-2018년 즈음이면 도로에서 완전자율자동차를 보게 될 터였습니다.

그런데 2017년 12월, 인공지능 학회에 참석한 머스크는 또 "2년 안에 완전자율 자동차가 나온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신기술의 무한한 꿈을 믿는 사람이라 해도 "2년 안에"가 반복되다 보니 시들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9년, 머스크는 "완전자율자동차가 올해 안에 완성돼 내년 말에 고객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아크(ARK)투자사 분석가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었습니다. 드디어 "올해"라는 말이 나오자 고객과 투자자들은 흥분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0월, 머스크는 "올해 안에 출시된다"고 다시 한 번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
최근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