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정부 같은 정부'가 출범했다.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당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첫 번째 국무회의 장면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김밥으로 점심을 때워가며 전임 정부의 장관들과 네 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는 많은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제2의 IMF'라는 말까지 나오는 난국에 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절박감이 읽힌다. 임기 첫날부터 야근했다는 대통령의 숨 가쁜 일상이 국민에겐 큰 위안과 힘이 된다.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대통령이 힘들게 일한 만큼 국민의 삶은 편안해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명패를 새삼 떠올린다. 그 막중한 의미를 한낱 '장식품'으로 여긴 전임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길 바란다. 부디 5년 뒤 국민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는 정부가 되길 소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했다. 지난 '12.3 비상계엄'을 버선발로 국회에 나와 막아낸 것도, 혹독한 겨울 광장에 나와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촉구한 것도, 끝내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준 것 또한 국민주권이 관철되는 과정이었다는 뜻이다.
인수위 없이 시작한 이재명 정부
기실 대통령과 여당, 군, 검찰, 사법부까지 엮인 내란을 경험했던 지난 6개월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온 국민에게 각인시킨 계기였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주권의 가치를 내팽개친 무능한 대통령의 민낯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던 시간이었다.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얼마간의 정권 인수 과정도 없이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과제가 없다. 협치라는 말조차 실종된 정치 현실에 경제는 파탄 상태고, 외교는 방향타를 잃은 채 표류 중이다. '내란 극복'이라는 국민적 염원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지금 대통령의 머릿속엔 '서열 매기기'가 한창일 테다. 아무리 막강한 권한과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해묵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쾌도난마'의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분야별로 쉬운 것부터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몽니 부리는 듯해 조심스럽지만, 현직 교사로서 못내 서운한 게 하나 있다. '국민주권 정부'에 거는 기대가 워낙 크기에, 하염없이 국정 과제에서 뒤로 밀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다. 바로 '하느님이 와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얽히고설킨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