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서두르지 않은 여행이다. 일찌감치 사전 투표를 마친 터라 마음도 홀가분하다. 속초, 평소 가깝지 않은 곳이라 미뤄뒀던 곳이다. 뜬금없이 속초 여행을 하자고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다. 예상치 않게 고속도로 사정도 좋다.
일행을 태운 차가 한참 달리는데 홍천 휴게소가 보인다. 휴게소에 들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무심결에 기웃거린다. 전망 좋은 포토존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얼짱 각도를 잡아보지만 얼굴에 묻은 세월의 흔적과 마음은 늙지 않았다는 것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속초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 짐을 풀자마자 앞바다로 향한다. 앞바다에 반짝거리는 윤슬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작고 아담한 외옹치항(外翁峙港)이다. 지명이 이채롭다. 해변 길을 따라 '바다향기로' 길로 이어진다. 풍경이 그림 같고 여유롭다. 마치 반 고흐 작품 <생마리 바다풍경>이 연상 된다.
조선 시대까지 옹진(甕津)이라고 불리던 것이 이 고갯길 옆에 밭이 다닥다닥 층 계 모양으로 붙어 있어 '밭뚝재'가 '바깥 독재'로 불리다가 외옹치라 한다고 한다. 어디를 가나 지역 특색을 고려한 이름이 많다. 외옹치항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