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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가 아닌 더불어 산다
2025-06-06 19:31:58
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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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이상한 것들 투성이었다. 서른네 살이 되어서야 첫 출산을 한 초보맘이었던 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뜬구름 잡는 의학적인 지식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한 인간을 키워나가는 데에 참으로 무지했다. 그래서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몰랐다. 영유아발달표에 나와있는 앉기, 한발서기, 삼점쥐기 같은 그런 발달과업들을 아들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도 꽤나 늦은 시점이었고, 눈 맞춤이나 상호작용이 약하다는 생각을 했어도 막상 그게 이상한 건지도 몰랐다. 그냥, 막연하게 불안했을뿐이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시작된 새로운 영역의 내 외로움이, 참 이상하고 묘하게 번거로웠다. 육아 우울증 때문이겠지 넘기고 싶었지만, 결국 희미했던 불안이 뚜렷한 불행으로 다가왔을 때(희미한 불안이 뚜렷한 불행이 될때 : 네이버 블로그) 아, 그래서 그렇게 버거웠던거구나 오히려 후련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서 아이의 진단을 알게 된 후 아이의 행동들이 의학 퍼즐을 끼워 맞추듯 지적 장애와 자폐 스펙트럼의 행동 범주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아, 그래서 이런 행동을 한거였구나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아들은 이른바 촉감놀이라고 하는 엄마표 놀이나 문화센터 수업을 격하게 거부했다. 힘이 어찌나 센지, 주먹 쥔 손을 절대 펴는 법이 없었다. 어딜 놀러가도 사람들보다는 항상 문을 강박적으로 열고 닫았고, 문으로 다가가 위험한 행동을 하곤 했다.)

이해되지 않았던 많은 행동들이 사실은 자폐 스펙트럼과 지적 장애 때문이었고 아이의 행동들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하니, 항상 아이를 예민하게 바라봤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문을 여닫는 건 아들에게 하나의 놀이구나, 감각 기관이 예민해 모래 만지기 싫어하는 아들에게 굳이 모래 놀이를 강요할 필요 없겠구나, 하며 아는 것들이 많아지니 나 스스로도 안정을 찾아갔다.
그리고 발달 장애 아들 육아에 익숙해질 무렵, 때로는 이제 정상 발달 아동들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쩜! 아들과 동갑인데 말을 저리 잘할까? 아들과 동갑인데 어른처럼 사려깊게 생각할까? 어쩜...하나부터 열까지 정상 발달하고 있는 또래들을 대하다 보면 신기한 게 한두개가 아니었고 나중엔 오히려 정상 발달 아동들이 이상해 보이는 지경까지 이를 때도 있었다.
이렇게 어느새 자폐 스펙트럼에 물들어버린 나는 항상 아쉬운 게 있었다. 바로 이 발달장애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장애가 아니기에 오해 받을 상황이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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