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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반짝이는 저항, MZ가 고른 재테크는?
2025-06-05 10:01:14
이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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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 생일날, 엄마가 작은 금을 내밀었다. 하트 모양의 땅콩금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니 장신구 같기도 하고, 보물 같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나도 '요즘 유행'이라는 땅콩금이 갖고 싶었지만, 금값이 치솟는 바람에 망설이던 참이었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금은 이제 세대를 아우르는 선물이자, 실용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25년 4월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MZ세대 사이에서도 '땅콩금'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1돈(약 3.75g)짜리 소형 골드바는 금은방과 온라인몰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에는 '순금 챌린지'가 하나의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마치 디지털 시대의 '작은 골드러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SNS에는 인증샷과 구매 후기가 연일 올라온다. 과거 서부 개척시대가 광산을 향한 맹목적 질주였다면, 오늘날의 금 열풍은 '작지만 확실한 자산'을 향한 의지이다. 팔로워 4만5천여명을 보유한 SNS 기반 콘텐츠 크리에이터 렐사(김인주씨)의 금 모으기 사례는 '손에 잡히는 투자'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준다.

슈퍼사이클 속 금값 상승... 배경엔 무엇이 있나

2025년 4월, 국제 금 시세가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은 금값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금값 상승의 배경에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 미중 갈등 심화 같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자산('인플레이션 헤지')으로 여겨진다.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금은 실물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키는 성격 때문에 더욱 주목 받는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가격 급등을 넘어, 장기적인 상승 추세인 '골드 슈퍼사이클(Gold Supercycle)'로도 해석된다.

여기서 말하는 '골드 슈퍼사이클(Gold Supercycle)'이란 금 가격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뜻한다. 단기적인 가격 급등과는 달리, 금의 슈퍼사이클은 보통 8년에서 15년가량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 구조의 변화, 지정학적 위기, 통화정책 전환 등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반영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사건 이후의 금값 급등이 있다.
당시 미국은 달러를 금과 교환해주는 '금본위제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이를 전격 폐기했다. 이를 '닉슨 쇼크'라고 부르며, 이후 금값은 온스당 35달러 수준에서 시작해 1980년에는 850달러까지 폭등했다. 금이 고정된 가치를 가진 통화 기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거래되는 자산으로 전환되며, 본격적인 시장 변동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현재는 트럼프 정부의 재출범과 통화 완화 기조, 인플레이션 압력, 달러에 대한 불신 확대 등이 새로운 슈퍼사이클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렐사의 금테크 루틴 "현금으로 모으고 손으로 만진다"

'렐사'는 절약과 현금 생활, 실물 금 모으기를 콘텐츠로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기반의 크리에이터다. 처음에는 현금을 아끼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던 중, 절약한 1만 원씩을 더 재미있게 모을 방법을 고민하다가 '순금 챌린지'를 시작했다. 금값이 한 돈(3.75g)당 약 30만 원이던 시절, 한 달간 아끼면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 계기였다. 남편이 귀금속 세공사라는 특수성도 뒷받침됐다.


'순금 챌린지'의 대표 주자인 그는 현금 절약 생활을 하며 시작한 금 모으기에서 출발해, 남편이 세공사라는 점을 살려 땅콩금 투자에 뛰어들었다. 렐사는 "금은 손에 쥐고 만질 수 있는 실물 자산이라 좋아요. 하나 사면 또 사고 싶어지는 게 금이죠"라고 말했다.

그의 절약 루틴은 철저하다. 모든 영수증을 모아 소비를 분석하고, 장을 보면 소분해 필요한 만큼만 쓴다. 카페와 배달을 자제하고, 생활비 절약으로 남은 현금을 모아 금을 산다. 그는 "생각 없이 살았으면 내 금고에 없었을 금이죠. 절약과 금 모으기는 따로가 아닌 함께 가는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렐사는 금값의 등락에 연연하지 않는다. "항상 제가 살 때가 고점이었던 것 같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금은 멀리 보고 사는 거니까요." 그는 금값이 폭등했을 때 일부를 현금화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은 장기 보유를 원칙으로 한다.

2025년 5월 말 기준,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3,280달러대로, 4월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이는 미국의 개인 소득과 소비 지출이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달러 강세와 미·중 간 무역 긴장 완화로 인해 금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가 줄었다. 특히, 미국 무역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다수의 관세를 차단하면서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도 완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금의 장기적인 상승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금테크에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렐사는 "예·적금도 물론 하고 있어요. 다만 세계적으로 불안한 시기인 지금은 금이 더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현재의 상황에 맞게 금을 선택한 거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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