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주요 국가에서 권위주의를 옹호하고 이민자와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극우 정당들이 선거에서 약진하고 있습니다. 자유·평등·박애를 외쳤던 대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제1야당으로 올라섰고, 나치 청산의 모범을 보여줬던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연방의회 제2당이 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당'이 제1당이 되어 현재 집권 중이며,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헝가리 등에서도 극우 정당이 제1당이 되거나 정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지만, 대체로 상대적 박탈감과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유럽 극우 정당의 약진 속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극우 정당 지지율이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극우 정당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이는 핵심 지지 기반은 프랑스에서는 북부 전통공업지역, 독일에서는 구동독 지역, 이탈리아에서는 북중부 지역입니다. 이들 지역은 과거 제조업 중심지였으나,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한 산업 재편 과정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고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 경제가 성장하는 지역에서는 극우 정당 지지율이 낮은 경향을 보입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권위주의와 반이민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의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거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녹슬고 있는 '러스트벨트' 지역 주민들의 지지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평균 소득 수준이 낮은 주일수록 트럼프 지지도가 높은 반면, 부유한 태평양과 대서양 연안 주에서 트럼프 지지도가 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