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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들이 광주에 와서 찾은 사람... 전태일과 참 닮았다
2025-06-01 16:38:02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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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뽑는 선거철만 되면, 광주와 대구는 또 그렇게 멀어져 '앙숙'이 된다. 진보 정치인들은 광주를 찾아와 민주화의 성지라며 치켜세우고, 보수 정치인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손을 내민다. 오로지 '집토끼'를 묶어두기 위한 목적이다.

'네거티브'를 남발하는 출마자들로 인해 선거운동이 과열 양상을 띠게 되면, 광주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빨갱이'가 되고, 대구 시민들은 '수구 꼴통'으로 낙인찍히는 신세가 된다. 선거 구도가 '김대중과 박정희의 대결'로 짜이고, 시민들의 정치의식도 수십 년 전으로 퇴보한다.

표를 얻기 위해 혐오와 갈라치기를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쳐도, 그들에 부화뇌동하는 언론도 한통속이다. 조회 수 장사에 목매단 언론에 '정론 직필'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언론의 존재 이유마저 흐릿해진 상황에서 여론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는 건 뭐니 뭐니 해도 혐오와 갈라치기다.

광주를 찾은 대구 시민들


국어사전에까지 등재된 '달빛 동맹'이라는 용어도 머쓱해진 상태다. 지난 2009년 광주와 대구, 두 도시가 정기적 교류를 통해 해묵은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상생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프로젝트명이다. 이따금 공공기관과 대학 등의 교류가 이어지곤 있지만, 이마저 선거철엔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어느덧 여론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치권에 철저히 종속된 상태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정치인들의 필요에 따라 적극 활용되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두 도시 시장님의 사진 찍기 행사'라는 조롱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방정부가 주관하는 프로젝트의 태생적인 한계다. 내용이 무엇이든 시민들이 주체가 되고,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라야 지속성을 갖고 취지를 살려 나갈 수 있다. 시민들을 들러리 삼아 정치인이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식의 프로젝트는 보여주기식 행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달빛 동맹'이 이른바 '민관 거버넌스'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광주와 대구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마중물'에 그칠수록 좋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문화 정책의 원칙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5월의 마지막 날, 꺼져가는 '달빛 동맹'의 불씨를 되살리는 대구 시민들이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왔다.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기억하려는 40여 명의 평범한 대구 시민들이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섞여 있었다.

대다수는 광주가 처음이라고 했다. 광주 대구 간 고속도로가 정비되면서 두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게 됐지만, 해묵은 지역감정에 따른 정서적 거리는 아직도 상당하다. 5.18의 진실을 좇아 과거 여러 차례 광주를 찾았던 몇몇 이들이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손을 이끈 것이다.

고마움과 반가움에 버선발로 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개인적으로, 대구나 경북에서 왔다고 하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 나가고 있다. 얼추 20년 가까이 주말을 이용해 5.18 사적지 해설을 돕고 있지만, 대구와 경북에서 온 방문객들을 만난 기억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그들이 광주를 찾아온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5.18을 위해 태어난 사람' 윤상원 열사의 생애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의 불꽃 같은 삶을 연결 지어 기리기 위해서였다. 2년 터울로 나이조차 엇비슷한 두 사람은 굴곡진 우리 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의인이다.

공교롭게도, 윤상원은 광주에서 태어났고, 전태일의 고향은 대구다. 기실 '광주의 전태일'이 윤상원이고, '대구의 윤상원'이 전태일이다. '닮은 꼴 청년'이라는 두 인물의 삶을 통해 빛바랜 '달빛 동맹'의 취지를 되살리고 교류를 넓혀가자는, 깨어있는 광주와 대구 시민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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