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0일인 순례 이틀째 일정부터 결합해서 길 안내를 도맡아 함께 걸으며 4대강사업으로 변한 낙동강의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도록 현장을 안내했다.
4대강사업으로 황폐화된 낙동강에서도 그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 사투와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그 작은 생명들의 처절한 몸짓도 확인케 하며, 4대강사업으로 황폐화한 낙동강 둔치 땅에 국토부가 노랑꽃이 이쁜 큰금계국을 심어 꽃밭으로 만들어놓은 위장 전술과도 같은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 현장을 따라가 보면 우선 이들은 구미 해평면 소재 구미청소년수련원에서부터 숭선대교를 건너 낙동강의 좌안 둔치로 강을 거슬러 걸었다. 이곳은 원래는 고아습지(크게는 해평습지)라 불리던 곳으로 4대강사업 전에는 물길을 따라 버드나무숲이 크게 발달하고 너른 범람원이 펼쳐져 있어 농민들이 들어와 농사를 짓던 곳이었다. 그러니까 제외지로서의 하천부지인 것인데 비옥한 범람원 습지를 개간해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왔던 것이다.
4대강사업은 보를 건설해 물길을 막은 것 외에, 이들 범람원 습지에 조성된 농지를 모두 없애버리기도 했다. 그곳에 낙동강에 퍼 올린 준설토 1~2m가량을 매립해 범람원 습지를 인공 둔치 형태로 조성하고, 생태공원 등 인간을 위한 편의시설 공간으로 개조했다.
이곳 고아습지도 100만 평도 넘는 이 넓은 면적의 땅을 모조리 높게 성토해 인공 둔치로 만들어두니, 지하수 투수 문제가 발생해 당시 심겨진 나무들은 대부분 고사해 버렸다. 자연발생적으로 자라기 마련인 식물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해 황무지로 방치돼 있기도 했었다. 그것이 보기 싫은지 당시 이곳을 관리해 온 국토부에서 생명력이 강한 큰금계국을 심었고, 지금은 거대한 큰금계국 꽃밭이 되어있다. (관련 기사: 샛노랗게 물든 낙동강 해평습지... 생태폭력의 현장https://omn.kr/28rif)
그러나 이 큰금계국은 다년생으로 한번 뿌리를 내리면 그 일대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면서, 다른 식물들이 틈입할 공간을 내어주지 않게 된다. 큰금계국 단일종만 자라는 기형적인 생태계가 펼쳐지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이런 큰금계국의 특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노랑꽃이 이쁜 이 식물은 환경부에서는 생태교란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이 화려한 꽃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산책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척박한 땅에는 더 놀라운 생명이 살고 있다. 원래 모래사구에 집을 짓고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표범장지뱀이 이 척박한 땅을 비집고 들어와 이곳에 정착한 것이다. 워낙 땅이 넓다 보니 이들은 이 땅을 근거지로 삼아 퍼져 나갔고, 이날도 곳곳에서 이들이 목격되었다. 이곳이 국내 최대의 표범장지뱀 서식처로 추정되는 이유다.
생태교란종 큰금계국이 점령한 땅에 멸종위기종이 정착해 공생하고 있는 기이한 형태의 생태계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서서 표범장지뱀을 목격하고 관찰하는 시간도 가져봤다.
그다음 이들이 목격한 현장은 구미시가 환경부 예산을 받아 집행하고 있는 '낙동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 현장이다. 이곳은 4대강사업 당시 준설토를 복토해 조성해둔 곳으로 이곳 둔치를 다시 깎아서 감천 합수부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모래톱과 같은 높이로 둔치를 낮추는 공사, 즉 모래톱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