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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산불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5-05-19 10:45:48
용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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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하던 그때, 뉴스에서는 전례 없는 산불 소식이 전해졌다. 시뻘건 불길은 일주일 넘게 속절없이 번져갔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번졌고, 사망자 소식까지 들려왔다. 심지어 대피하던 차량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졌다.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서울 용산 소재)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머리를 맞댔다.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으고, 바자회를 열어 경북여성농민회에 성금을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성금, 물품 기부, 자원봉사로 함께해주셨다. 지금까지 '고래이야기'에 모였던 어떤 일보다 더 크고 깊은 마음들이 모였다.

그렇게 모인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했다. 직접 찾아가는 것이 혹여 불편을 끼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지만, 결국은 우리가 직접 만나 마음을 전하고, 그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5월 16일, 대표로 세 사람이 함께 경북 안동을 찾았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 네 시간을 달려 도착했고, 오후 2시에 안동 임하면의 '안동시립임하정보보육센터'에서 경북여성농민회 분들과 만나기로 했다.

굵은 눈물


센터로 향하는 길, 산등성이 곳곳이 까맣게 탄 나무들로 듬성듬성했고, 마을 어귀에는 철거된 시설물들이 쌓여 있었으며, 희미하게 매캐한 탄내가 났다. 임하정보보육센터는 어린이 돌봄도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우리는 그 옆 임하초등학교에 주차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센터 선생님들이 음료와 간식을 준비해 맞아주셨고, 경북여성농민회 세 분도 함께해주셨다. 모두 바쁜 일손을 멈추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오신 분들이었다. 오히려 더 많은 분이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셨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은 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던 분들이 굵은 눈물을 흘리셨다. 앞뒤로 까맣게 타버린 산과 밭에 서 있으면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 했다. 앞으로의 상황이 막막해도 눈물이 나고, 그러다 또 누군가의 연대 손길이 닿으면 그 역시 눈물이 된다고 했다. 계속, 눈물밖에 없다고 하셨다.


의성에서 오신 여성 농민은 4년 동안 가꿔온 사과밭이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었지만 모두 불타버렸다고 했다. 함께 키우던 블루베리도 다 타버려서 뽑아내고, 그 자리에 고구마를 심기 위해 밭을 일구다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어렵게 오셨다고 했다. 농기계와 도구도 모두 타버려 손으로 힘겹게 일을 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가 녹아내린 분은 뼈대조차 망가져 아무것도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또 어떤 분은 창고에 저장해둔 사과와 참깨까지 모두 잃었다고 한다. 그 자체로도 힘든데, 제때 출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정 내 갈등까지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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