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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눈을 떠가며 뜰을 가꿉니다
2025-05-19 10:24:22
김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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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눈을 의심합니다. 세상을, 사물을 제대로 보고 사는 것인지. 두 눈이 믿을 만하다면 이처럼 자주 틀린 답을 적어내진 않을 텐데 말이죠. 매일 마당을 순례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서 말입니다.

텃밭 채소에 입맛을 다시면서도 바로 옆에 유채가 쓰러져 백합을 덮친 건 알아채지 못합니다. 쓰러진 아스파라거스를 일으켜 세우지만 머리 위에 복사나무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고 지나칩니다.

지난봄 매화 향기 아련한 기억은 꽃이 지자 금세 사라졌습니다. 수사해당화, 으름, 다래꽃에 눈을 돌렸고, 제 차례를 기다린 다른 식물에 신경 쓰느라 하얗게 잊었죠. 그러다가 얼핏 연둣빛 앙증맞은 열매를 발견했습니다. 매화나무가 매실나무로 바뀌는 순간, 다시 두 눈에서 하트가 뚝뚝 떨어집니다.

참 야속하죠? 꽃을 맺지 않으면, 당장에 쓸모를 느끼지 못하면 잊힌다는 사실 말이에요.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곤충과 벌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눈은 마음의 창이라잖아요? 자신에게 소용이 되는 것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거죠.

그런데 꼭 그것만은 아녜요. 순식간에 마당이 바뀌었다니까요? 뜰보리수, 층층나무, 아니 나무란 나무는 모두 가지를 쭉 뻗고 이파리를 버글버글 펼쳤습니다. 울창한 숲이 된 거죠. 머리에 이고 선 하늘이 지난 계절에 비해 두세 배는 늘었습니다. 지붕보다 높게요. 그러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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