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당일배송, 새벽 배송과 같은 혁신적인 배송 서비스는 더 이상 혁신이 아닌 일상으로 변했다. 물류 및 유통업계는 소비자의 고도화되는 요구에 맞춰 더 빠른 배송을 경쟁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퀵커머스(신선식품, 생필품 등 다양한 상품을 1시간 이내로 신속하게 배송하는 서비스)’ 시대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이면에는 물류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물류센터는 편의의 상징이 아닌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물류센터 유치에 대한 지역 이기주의(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은 물류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류센터 유치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 사례는 최근 몇 년간 전국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물류센터 반발, 2022년 인천 검단신도시 물류센터 반발, 같은 해 경기도 양주 옥정신도시 물류센터 반발 등이며 실제 주민 반발로 개발이 백지화 되거나 현재까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물류센터 유치 반발의 공통적인 이유는 물류센터 개발로 인한 대형 화물차의 잦은 통행과 교통 체증 심화, 소음 및 분진 등 환경오염 문제, 보행자 교통안전 위협, 부동산 등 재산 가치의 하락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물류시설의 사회적 수용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물류센터 반경 500m 이내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시설 도입 전과 비교했을 때 평균 27.9% 증가했다. 소음 예측 분석에서도 물류센터 인근 도로의 소음도가 주거지역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물류센터를 개발함으로써 지역의 생산, 부가가치,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적 편익이 존재함과 동시에 교통 및 환경오염 문제 등 여러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바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물류센터 유치에 대한 갈등을 해결하고 지역과 산업이 공생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경제적 편익의 기사화 및 지역으로의 환원이 필요하다. 물류센터 유치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교통 혼잡이나 환경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의 가치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이제 물류센터는 이윤 창출을 넘어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상생 기금 조성, 지역 주민 우선 고용, 커뮤니티 공간 제공 등의 실질적인 환원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둘째, 물류센터 외부효과 최소화를 위한 제도와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물류센터가 초래하는 교통 혼잡과 소음, 환경오염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류센터의 편리함이 주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물류센터 입지 단계부터 엄격한 교통 및 환경영향평가와 야간 운행 제한 같은 제도적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교통 인프라 확장 및 소음 저감 시설 설치 등 실질적인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주민 참여와 소통을 통한 물류센터 유치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물류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의 부재이다. 주민 공청회와 같은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입지 선정 초기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업자와 주민, 지자체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속적인 소통 채널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처럼 투명하고 실질적인 주민 참여가 보장될 때, 비로소 물류센터는 지역 주민의 진정한 동의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류센터의 개발과 확충은 소비 트랜드의 변화와 물류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에 따라 야기되는 사회적 갈등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되며, 단순히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이제 물류 시설의 사회적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고, 물류 산업의 발전과 지역 사회의 공존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