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forensic scientist)는 사망의 원인과 경위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전문가로, 범죄 수사와 법적 판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호 교수는 30여 년 동안 이 길을 걸어온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법의학자다.
그는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웅진지식하우스, 2024)에서 자신이 부검 현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죽음을 통해 깨달은 인간의 삶과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교수가 법의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1989년의 이철규 의문사 사건이었다. 의학부 시절 학생운동을 하며 이 사건을 접한 그는,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기로 했다. 이후 그는 우연히 이철규 열사의 부검을 맡았던 법의학자와 함께 근무하게 되었고, 사건의 진실과 법의학의 엄중함을 직접 체득하게 되었다.
이호 교수는 지금까지 약 4천구 남짓의 시신의 부검을 진행하였다. 그중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의 우리 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참사 사건의 희생자들도 포함돼 있다. 그토록 다양하고 많은 참사와 의문사의 시신들을 부검하면서 이 교수는 그들이 침묵 속에서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내고자 부단히 힘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