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치매 엄마의 물건을 볼 때마다, '마법'을 꿈꿉니다
2025-06-07 14:25:19
현재연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엄마는 어떤 물건도, 소소한 돈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다. 목 늘어난 티셔츠, 고무줄이 늘어난 바지, 지퍼가 망가진 점퍼도 새 옷처럼 고쳤다. 심지어 어린 남매와 아빠의 머리 미용도 직접 하셨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행사로 흰색 치마를 입어야 했을 때도 엄마는 주름치마를 직접 만들어 주셨다. 내가 "엄마"라고 부르면 모든 일이 마법처럼 해결되었다.

그런 엄마였기에 재활용 쓰레기장에 뒹구는 낡은 화분도, 삐걱거리는 의자도, 낡은 옷도, 오래된 주방 물품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엄마 손에 들어가면 수명이 다한 물건도 다시 생명을 얻었다. 엄마는 낡은 화분에 정성스럽게 꽃과 선인장을 가꾸고, 삐걱거리는 의자도 고쳐 쓰고, 낡은 옷도 직접 수선해서 입고, 오래된 주방 물품도 손질해서 사용했다.

문제는 엄마가 쓰는 물건은 버려지는 일이 없는데 어딘가에서 선물로 받거나 주워온 물건은 계속 생긴다는 점에 있었다. 어느 순간 엄마의 치매가 진행되며 물건에 대한 애착이 더 심해지셨다. 엄마가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시며 살림을 놓으신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창고에 보관된 물건은 문을 열 수 없을 만큼 넘쳐났고, 베란다와 다용도실까지 점령하며 동선을 막기에 이른다.

언제쯤 치울까 고민만 하다가 3년 전부터 결혼과 신혼살림을 핑계로 집으로 많이 가져오고 나눔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부모님 댁을 점령하던 세간살이가 드디어 새 주인을 맞이한다. 우리집을 잘 찾아보면 큰 그릇, 들통, 채반, 숟가락 등 어디 하나 엄마의 물건이 아닌 게 없다.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