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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담긴 네팔 이주노동자, 추악한 한국의 민낯
2025-06-05 17:18:16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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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외면하는'이라 적다 말고 주춤하고 만다. 글쟁이의 습관적 어휘선택이 이처럼 진실을 왜곡하는구나 싶어져서다. 그렇다.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외면하는 데 더는 애를 쓸 필요조차 없다. 보기 싫은 진실, 눈살이라도 찌푸릴 만한 구석들을 더는 주변에 두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나라, 한국 이야기다.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전쟁과 분단으로 세계의 원조를 받는 극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GDP 순위 12위(2025년 기준)의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국민 중 모르는 이 없는 '한강의 기적', 괜히 기적이란 말이 붙은 게 아니다. 변화는 극적이었고 일견 아름답기까지 했다. 세계 곳곳에서 그 비결을 물어 한국을 찾는 건 자연스럽다. 위상의 변화는 비단 경제부문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 문학과 음악, 각종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K-컬쳐는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최고 수준에서 당당히 경쟁한다. 이것이 한국의 오늘이라 해도 틀리지가 않다.

그러나 어디 그것만이 전부일까.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서울과 수도권 메가시티의 이면에는 그를 지탱하는 산업이 자리한다. 그 산업 가운데서도 가장 위험하고 더러운 고리를 우리는 우리 중 가장 약한 이에게 맡겨두고 있는 것이다. 도시를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가. 도시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도시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며, 도시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모두 도시를 지탱하는 일이다. 에너지는 발전소에서, 쓰레기는 매립지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들은 지방의 공장이며 농장에서 만들어진다.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도시에서 살지 않지만 도시를 위해 기능하는 존재들이다.


병풍으로 가려둔 민망한 진실

<기계의 나라에서>는 한국의 오늘을 직시하도록 한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일면만이 아닌, 그 아래 자리한 민망하고 추악한 자리까지를 직면하도록 한다. 병풍으로 가려둔, 곰팡이 슬고 썩은 내가 올라오는 그 자리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땅 위에 있음을 깨우치게 한다.

전주국제영화제 관할 하에 2023년 제15회 전주프로젝트 '전주랩: 영상콘텐츠프로젝트'에 선정돼 전주영화제작소상을 받은 허철녕 감독의 연출작이다(기자주-당시엔 허철녕 감독 이름으로 제출됐으나, 올해 전주영화제에선 제작자 김옥영 대표가 감독으로 올라있다). 90분을 조금 넘는 다큐멘터리로, 소위 3D산업(Dirty, Dangerous, Difficult)에 투입된 노동자, 그중에서도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촬영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고용허가제 정책에 따라 입국한 네팔 노동자 딜립 반떠와, 수닐 딜떠 라이, 지번 커뜨리를 주인공 삼아, 먼 나라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삶을 택한 이들의 시선으로 그 삶, 나아가 세상을 비춘다. 그 세상이 우리 한국이 별 노력 없이 외면해온 우리 오늘의 단면이란 게 이 영화가 겨냥하는 바일 테다.


네팔 이주노동자가 쓴 시, 그대로 영화가 됐다

<기계의 나라에서>는 그 형식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작품의 가장 중심되는 특징은 책이 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문학의 한 갈래이자 정수라고까지 불리는 바로 그 시(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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