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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소설 장준하 46] 미 대사관 용지 지원, 쏟아진 반품
2025-06-03 15:16:56
김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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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기에 잡지 운영이 쉽지 않았다.

행운이 따르기도 역경에 빠지기도 했다. <사상계> 창간호가 나온 뒤 미국대사관의 문정관 부로노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사상>지의 중단을 애석히 여기던 중 <사상계> 창간이 반갑다면서, 이 잡지를 영문으로 요약 번역한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상계> 발간을 축하하는 뜻에서 향후 6개월 간 용지를 지원해주겠다는 호의를 보였다.

당시 미공보원(USIS)은 전후 대한복구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발행되는 잡지와 단행본 출판에 용지를 지원해 주고 있었다. 당장 5월호 제작비에 눈 앞이 캄캄하던 차에 200쪽 짜리 3천부 씩의 6개월분 용지, 여기에 표지용지까지 2백 연을 지원받게 된 것은 행운도 보통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시중에 깔린 창간호가 거의 매진된 것을 보고 장준하는 용기백배하여 5월호의 제작에 열중했다.

5월호는 당시 사회적 움직임에 맞춰 민주정치 문제와 사회질서 문제를 특집으로 준비했다. '한국의 교육·과학·문화'(백낙준), '한국전쟁의 역사적 의의'(이태영), '민주주의론'(김재준), '민주국가와 여성의 지위'(김기석), '민주정치와 폭력'(신상초), '동양정치사상과 그 양식 연구'(배성룡)과 외국 번역물, 최현배의 '중국문자개혁운동'의 글을 실었다.

5월호는 창간호의 판매 실적에 힘 입어 5천부를 찍도록 준비했다. 그런데 인쇄 과정에 차질이 생겼다. 계약된 인쇄소에서 국정교과서의 인쇄로 차일 피일 인쇄를 미룬 것이다. 5월 1일에 나와야 할 잡지가 5월 10일이 넘도록 인쇄가 되지 않았다. 시의에 쫓기는 월간지의 성격상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5월호는 그 달 중순이 지나서야 제본이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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