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수업 시작 전 "대선 질문 일절 금지"... 학교서 벌어지는 촌극
2025-05-19 10:06:35
서부원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또다시 민원에 대해 소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지금껏 여러 차례 경험한 터라 딱히 놀랍거나 두렵진 않다. 단지 내 일로 인해 학교장을 비롯해 동료 교사들을 번거롭게 해드려 송구스러울 뿐이다. 학교로 걸려 오는 외부 민원 전화를 응대하는 일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얼마 전엔 내달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학교에도 교사의 선거 관여 행위를 금지한다는 공문도 내려왔다. 주요 위반 사례까지 적시하여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미 국가공무원법과 공직 선거법에 근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 책자까지 보급된 터다.

특히 대선 기간이어서 '동일한 사안이라도 그 행위의 주체, 시기, 목적, 대상, 내용, 방법 등 구체적인 양태에 따라 위법 판단을 달리하게 된다'며 엄포를 놨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란 뜻으로 읽혔다. 여하튼 지금은 선거의 '선'자도 입 밖에 내선 안 된다.

대한민국 교사는 '정치적 천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전가의 보도처럼 내게 덧씌워진 혐의다. 이따금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기사들이 은연중에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고 있다는 거다. 정책을 비판하는 건, 그걸 입안하고 추진한 정치인과 정당을 비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교사는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기부금을 내서도 안 된다. 정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물론, 공청회에도 참석해선 안 되고,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는 일조차 주의해야 한다. 선거 기간에는 공약과 정책을 문제 삼는 것도 오해를 살 여지가 있으니 멈추라는 거다.

민원에 답하는 소명서를 '복붙' 하듯 작성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이 언제 왜 생겨났는지 역사적 연원부터 설명한 뒤, 정치권력에 의해 악용된 사례를 덧붙인다. 늘 그래왔듯, 기사 내용 중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명확히 답변하겠다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또다시 소명서를 쓰려니 순간 가슴속에서 분노가 인다. 대체 교사가 교육 관련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하는 게 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교사는 '정치적 천민'이라는 어느 학자의 확언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교사는 카톡 상태 메시지에 특정 정당과 후보자의 사진과 공약을 탑재하거나 암시하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타인이 올린 선거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좋아요' 등 공감을 표시하는 것도 금지된다. 선거 공보물을 사진 찍어 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전송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