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꾼다. 각자도생 시대에 남을 챙기며 잠시 쉬어갈 여유를 보여준 인물이 등장해 화제다. 배우 정준원이 연기한 '구도원'은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하 언슬전)의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4년 차 레지던트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인 <언슬전>은 신원호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세계관을 공유한다. 의사를 꿈꾸는 전공의 1년 차 4인방의 성장통과 생과 사를 넘나드는 병원생활을 담고 있다. 종영에 앞서 지난 14일 강남의 카페에서 배우 정준원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의 힘
구도원은 명은원(김혜인) 선생의 논문 강탈 사건에도 참고, 1년 차 4인방의 방패막이로 활약한다. '고구마' 같은 답답함에 뭐든 들어줘 '호구'라는 별명도 있다. 친절과 배려는 이용하려는 사람이 주변에 꼭 있다.
"'고구마 같다'는 말은 구도원을 잘 표현하는 단어다. 한편으로는 저라면 구도원처럼 침착하게 잘 참지 못할 것 같다. 화도 많이 나고 억울한 감정이 클 것 같다. 편안한 선배로 느껴지는 게 중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람으로 보이는 장면도 있다. 잘못을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성숙한 태도도 보여주니까. 호구 도원이란 말도 맞는 별명 같다."
병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구반장, 빛보다 빨라 빛도원으로 불리며 어디든지 찾아간다. 좋은 선배, 믿음직한 후배, 사랑스러운 연인,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동료가 구도원이다. 직접 만난 구도원은 캐릭터와 실제 성격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성격이 남자친구, 여자 친구 두루 잘지는 게 좋아서 기본적으로 다정한 편이다. 구도원이란 인물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좋을 수있나' 싶을 정도로 판타지에 가깝다. 연기하면서 한 가지 목표만 이루고자 노력했다. '내 주변에도 구도원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다면 성공이라고 여겼다."
신원호 감독은 실제 성격이 반영된 캐릭터 구축을 선호하는 편이다. 구도원과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실생활의 다양한 표정, 몸짓을 테스트했던 게 아닐까 싶다. 제작 보고회에서 '히든카드'라는 말로 그의 잠재력을 설명했다.
"영광이었고 울컥했다. 아마 제 안의 구도원이 보이는 편안한 부분을 알아봐 주신 거 같고. 시청자에게도 구도원의 다정하고 멋있는 모습이 어필되지 않았나 싶다. 오디션을 세, 네 번 봤는데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참여했다. 자주 보면 공적 자리인데도 친밀감이 생기잖나. (감독님께서) 가벼운 리딩으로 실제 성격을 알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